[해외통신원]
[뉴욕] TV가 할리우드를 위협하다
2006-10-12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글렌 클로스, 지나 데이비스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 TV 시리즈에 참여

얼마 전까지도 미국 배우들에게 TV는 영화로 진출하기 위한 디딤돌이거나 영화로 진출하지 못한, 일종의 낙오된, 한정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을 위한 장소였다. 하지만 <CSI> 시리즈나 <웨스트 윙> 등 매회 에피소드가 보통 영화 한편보다도 짜임새있게 만들어지는 TV시리즈가 늘어나면서, 시청자는 물론 할리우드 배우들의 생각도 바뀌고 있는 듯하다.

최근 인기를 누리고 있는 케이블TV 시리즈 중 <레스큐 미>와 <위즈> 등은 영화 또는 연극에 출연해왔던 데니스 리어리와 메리 루이스 파커가 주연을 맡은 것은 물론 제작까지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의 TV시리즈에 과거 함께 영화에 출연했거나 친분이 있는 영화배우들까지 영입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레스큐 미>에는 테이텀 오닐이 리어리의 여동생으로 고정출연 중이며, 이번 시즌에 수잔 서랜던, 마리사 토메이 등이 찬조 출연해 연기력을 과시했다. <위즈>에는 파커와 과거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 함께 출연했던 저스틴 커크가 시동생으로 고정출연하며, <세이브드>에 함께 출연했던 마틴 도노반이 남자친구로 나온다.

<커맨더 인 치프>

<FX채널>의 하드코어 수사드라마 <쉴드>에는 지난 시즌 영화계의 ‘공작부인’이라 할 수 있는 글렌 클로스가 출연해 평론가들까지 놀라게 했고, 이번 시즌에는 포레스트 휘태커가 열연하고 있다. <Sci-Fi 채널>의 공상과학 시리즈 <배틀스타 갤랙티카>에는 에드워드 제임스 올모스, 메리 맥도넬 등이, <안투라지>에는 제레미 피빈, <내 이름은 얼>에는 제이슨 리와 제이미 프레슬리, <고스트 앤 크라임>에는 패트리샤 아퀘트와 제이크 웨버, <24>에는 키퍼 서덜런드, <커맨더 인 치프>에는 지나 데이비스와 도널드 서덜런드, <보스턴 리걸>에는 제임스 스페이더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TV 나들이에 나섰고, 일부는 에미상이나 골든글로브상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을 하는 등 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을 시즌에 선보이는 새로운 시리즈에서도 영화배우들의 얼굴을 많이 보게 됐다. 하이 파워 변호사에서 검사로 개과천선한 주인공을 다룬 <샤크>에서는 제임스 우즈를 볼 수 있고, 하이테크 절도단 이야기를 다룬 <스미스>에서는 레이 리오타와 버지니아 매드슨, 조니 리 밀러, 에이미 스마트 등이 나오며, 납치된 부잣집 아들을 찾는다는 내용의 <납치>에서는 티모시 허튼, 라이너스 로치, 제레미 시스토 등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오피스 스페이스>의 론 리빙스턴은 FBI 요원으로 <스탠드오프>에 출연하며, <스크림>으로 알려진 스킷 울리히는 정체불명의 폭발사고와 함께 아수라장이 되는 시골 마을을 다룬 <제리코>에 나오고, <치과의사들의 비밀스러운 삶>에서 부부로 출연했던 홉 데이비스와 캠벨 스콧은 <식스 디그리스>에 나란히 출연한다.

이처럼 연기파 영화배우들과 수준 높은 스토리라인, 프로덕션의 질 높은 프로그램을 매주 TV로 보면서, 할리우드가 왜 자꾸 관객을 잃어가는지 의아해하는 영화 제작사들의 모습이 오히려 의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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