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피플]
허문영 한국영화 프로그래머
2006-10-12
글 : 김현정 (객원기자)
"김태식, 민병훈, 박흥식의 신작 놓치지 마라"

허문영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는 올해 7월 즈음 ‘한국영화의 오늘’ 프로그램에 저예산 영화와 독립영화를 묶은 섹션 ‘비전’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3년쯤 전부터 이런 섹션을 만드는 문제를 검토해왔다. 자칫 2등 섹션으로 보이지 않을까 싶어 결단을 내리지 못했지만, 저예산과 독립영화가 양적으로 질적으로 팽창해 더이상 미룰 수가 없었고, 이정도 작품성이라면 2등 섹션으로 비치지는 않겠다 싶었다.” 그동안 <마이 제너레이션> <용서받지 못한 자> 등을 선택해 좋은 반응을 얻었던 허문영 프로그래머는 올해 일곱 편의 영화를 ‘비전’에서 상영한다. 여기에 ‘새로운 물결’ 부문에 출품된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경의선>을 더하면 부산영화제의 저예산·독립 한국영화는 모두 아홉편. 이중에는 <여자, 정혜>의 이윤기 감독과 <벌이 날다>의 민병훈 감독, <역전의 명수>의 박흥식 감독처럼 이미 데뷔작을 내놓은 기성 감독도 포함되어 있어 “저예산 영화가 넓은 의미에서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은 듯하다”는 허문영 프로그래머의 설명을 실감하게 한다. 그때문에 “이제는 극히 적은 제작비로 수준높은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은 되지 못한다”고 말하는 허문영 프로그래머는 뜻밖의 발견으로 세 편의 영화를 들었다.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의 김태식 감독은 독립영화계와 충무로 어느 쪽에서도 활동한 적이 없고 나이도 많은데(59년생) 굉장히 세련되고 창의적인 드라마를 만들었다. <포도나무를 베어라>의 민병훈 감독은 전작 두 편에 중앙아시아의 민족지적인 풍경을 담았지만 세번째 영화로 동시대 한국청년의 내면적인 방황을 택해 놀라움을 주었다. 박흥식 감독의 <경의선>은 데뷔작인 <역전의 명수>보다 더 데뷔작다운 영화다.” 한밤의 회의가 이어져 부은 눈과 흐트러진 머리를 한채 자신이 원장으로 있는 시네마테크 부산 사무실로 출근한 허문영 프로그래머는 작지만 풍요로운 영화들이 너무 많아 오히려 고민이 되었다고 말했다. “애초 다섯편으로 예정했던 초청작을 일곱편으로 늘렸지만 몇편의 영화는 아깝게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그 감독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허문영 프로그래머는 당분간 ‘비전’ 상영작이 모자랄 것같진 않다고 예측했으니, 내년에도 그의 고민은 계속될 듯하다.

사진 장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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