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분산된 무게중심, 실수이거나 의도이거나
2006-11-30
글 :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

<Ashes To Ashes> 자우림 | T엔터테인먼트 발매

전체적으로 검은 부클릿이 먼저 눈에 띈다. 펼쳐보면 멤버들은 모두 흑백이고 오직 김윤아만이 컬러 사진이다. 자우림의 6번째 앨범 <Ashes To Ashes>의 이런 첫인상은 상징적이다. 왜냐하면 이 앨범은 지금까지의 자우림이 유지하던 어떤 특성들이 변화했음을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떤 차이에 대한 암시이기도 하고, 포기한 어떤 것(들)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앨범의 사운드는 전반적으로 느리고 낮게 진행되며 디스토션이 등장하거나 단조 리듬을 중심으로 구성된 리프가 흐르기도 한다. 이 앨범을 듣고 어둡고 우울한 정서를 느꼈다면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장르로 구분하자면 슬로코어, 새드코어와 같은 용어가 떠오르겠지만 이 사운드의 무게감은 그 장르적 규범을 정리했던 포티스헤드나 레드 하우스 페인터스의 감수성과 비교되지는 않는다. 첫곡 <Soul Blues>와 <Loving Memory> 등에서 연이어 등장하는 나른한 기타 리프와 가곡을 부르는 듯한 김윤아의 극적인 창법은 버스(verse)와 브릿지(bridge)를 오가며 기묘한 충돌을 일으키지만 그것이 그 이상의 시너지를 생산하며 곡을 지배하지는 못한다. 전기기타의 셔플 리듬과 뿅뿅거리는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관통하는 복고풍의 댄스곡 <You And Me>는 앨범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리듬감을 전달하지만 몇년 전 3호선 버터플라이의 <Time Table>이나 올해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입술이 달빛>이 획득한 음악적 성취와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죽은 자들의 무도회>는 자우림의 곡이라기보다는 김윤아의 솔로곡에 더 가깝고(그래서 밴드곡으로 느껴지지 않고), 이어지는 <6월 이야기> <Blue Devil> <샤이닝> 같은 곡들은 사운드와 보컬, 가사의 무게중심이 분산되어 집중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Ashes To Ashes>를 이즈음에 언급해야 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자우림은 김윤아와 다른 멤버들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작동하던 밴드였다. 적어도 김윤아 솔로 앨범과 밴드 앨범을 효과적으로 발표하던 2002년과 2004년까지는 그랬다. 음악적 성취를 떠나 그런 긴장감이야말로 자우림을 정의하는 동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앨범에는 그런 긴장감이 실수로 제거되거나 의도적으로 삭제된 것처럼 보인다. 사운드는 맥이 풀려 있고 가사는 시종일관 추상적이다. 또한 음악적으로 분리되어 있던 (아니, 표면적으로라도 그렇게 보이던) 김윤아와 자우림이 사운드와 가사에서 비슷한 맥락을 유지하거나 닮은꼴을 선보인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자우림은 결과적으로 김윤아에 수렴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자우림은 지금까지 텍스트로서의 음악보다는 음악 외적인 부분들에 더 많이 언급된 것 같다. 그것은 밴드에(혹은 멤버들에게)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항상 새 앨범이 나올 때마다 해당 앨범보다는 자우림(과 김윤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이유는 어쩌면 그들의 정체성이 음악이 아닌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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