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칼럼]
[칼럼있수다] 최도영과 하우스
2007-02-23
글 : 신민경 (자유기고가)
<하얀 거탑>

며칠 전, 극장쪽 사람들과 함께 저녁을 먹다가 장안의 화제인 드라마 <하얀거탑> 얘기가 나왔다. 그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장준혁(김명민) 지지자들이거나 최도영(이선균) 안티였던가 보다. 요지는 이거였다. 이론상으론 장준혁이 나쁜 놈인 건 맞는데(나쁘다는 표현이 타당한지는 따지지 말자), 번번이 그에게 태클을 거는 최도영이 짜증난다는 것이다.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말이다. 개인적으로도 최도영의 과도한 휴머니즘에 소화불량이 걸릴 지경이니까. 금방이라도 영양실조로 실려갈 얼굴을 하고선 “검사를 더 해봐야 할 것 같아요”만 남발하는 의사라니. 게다가 병원 전체가 비트 빠른 테크노 분위기로 흘러가다가도, 최도영만 나오면 청승맞은 발라드 분위기로 급변하는 이 아이러니라니. 오매불망 환자 생각뿐인 그가 바람직한 의사라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매력적인 캐릭터인가 생각해보면, 글쎄… 그건 아닌 것 같다.

휴머니즘은 메디컬 드라마가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직간접적 경험상, 현실에서 순수한 휴머니스트 의사를 만나기란 최도영이 명인대학병원 원장이 될 확률만큼이나 희박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최도영의 과장된 의사 캐릭터는 판타지로 느껴질 수밖에. 오히려 흥미로운 쪽은 <하우스>의 하우스 박사(휴 로리) 쪽이다. 병원 원장 커디 박사의 말을 빌리면, 하우스는 “인간성 제로인 개자식이지만, 그 사람보다 병을 잘 고치는 사람이 없는” 천재다. 반면 죽어가는 환자에게 염장 지르기, 환자가 밀려 있어도 모른 척하고 칼퇴근하기, 태업을 몸소 실천하기 등등 그의 죄목(?)은 낱낱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그래도 그의 냉소적인 수다를 듣고 있으면, 진지한 상황에서도 절대 진지하지 않은 그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안심이 된다. 최소한 그에겐 지루한 휴머니즘이 없으니까.

“아무것도 안 하고 환자 곁에서 있어주는 의사와 인간성 나빠도 병을 고쳐주는 의사, 둘 중 누가 더 좋은 의사일까?” 하우스 박사의 이 말은 꽤 의미심장하다. ‘좋은 의사=능력있는 의사’란 등식이 완벽하게 성립되지 않는 만큼, 이는 결코 결론지을 수 없는 명제이기도 하다. 하긴 솔직히 좋은 의사가 어떤 의사이건, 내 알 바 아니다. 그저 요즘은 최도영을 보고 느끼해진 속, 하우스 박사를 보며 해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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