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그래피티에 대한 열정을 전한다
2007-05-03
글 : 정김미은 (객원기자)
<홀트레인>의 감독 플로리아 가크, 관객과의 대화

“혹시 감독의 십대를 그려낸 것 아닌가.” 5월 2일 오후 5시 CGV 4관에서는 <홀트레인>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진행을 맡은 배우 정찬의 질문으로 시작된 GV 시간. 그래피티라는 도구를 양 손에 든 채 질주하는 젊음을 보고 나서인지, 관객들의 반응 역시 무척이나 뜨거웠다. “나 또한 10대를 저런 식으로 보냈다” 라는 플로리안 가크 감독. “60년대 말 미국에서 건너와 여러 나라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것이 그래피티다. 한국에는 언제쯤 정착하게 될지 기대”된다는 그의 말에 정찬은 “우리나라에도 그래피티 문화가 있다, 각 대학 화장실마다. 아주 전통적인 문화이다” 라는 능청스러운 농담을 건냈다.

<홀트레인>의 백미는 역시 지하철의 외부를 멋지게 수놓은 그래피티들을 보는 것이다. 허나 그것이 아무런 고생 없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지하철에 그래피티 하는 장면들은 허가 받기 어렵지 않았나” 라는 질문에 “촬영 중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며 말문을 연 그는 독일에서는 “그래피티를 지지하는 영화에는 도움을 줄 수 없다”며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다고. “그들은 심지어 다른 유럽국가들에 연락해서 도움을 주지 말라는 협박까지 했다. 겨우 찾아낸 곳이 폴란드의 바르샤바였다. 다행히 그들은 개방적이어서 충분한 논의 후 협력을 받을 수 있었다.” 때문에 다리 밑이나 지하도로만 독일이고, 나머지 지하철 장면은 모두 폴란드였다. “두 나라를 반반 넣어서 새로운 도시의 모습을 만들 수 있었다.”

질문이 나오지 않아 조용한 GV가 있는 반면, <홀트레인>의 GV시간은 질문의 경쟁으로 치열했다. “한국영화 보셨나. 어땠나.”“여태껏 본 한국 영화는 단 한편인데,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웃음).” “만약 정찬을 배우로 쓴다면 어떤 영화를 만들 것인가?” “아주 좋은 질문이다(웃음). 실력을 테스트 한 뒤 멋진 격투 장면을 찍고 싶다.” 영화 제작의 이유를 묻는 질문까지 그 폭 또한 넓었다. “교훈 같은 것을 전달하려 한 것이 아니다. 단지 그래피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들의 이상주의, 신념 같은 것들 말이다. 그래피티는 아무리 잘해도 돈이 되거나 인정을 해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열정적인 그들의 모습을 담고 싶어서”라는 게 <홀트레인>을 만든 이유였다. 주인공들을 다양한 배경과 계층의 사람들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래피티는 그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뭉칠 수 있는 아름다운 이유가 되어주는 문화이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마지막 질문도 놓칠 수 없다며 치열하게 손을 뻗던 관객들, 미술을 전공했던 감독의 사인이 아주 멋있다는 말에 감독의 주변을 둘러싸고 마지막 순간까지 애정의 열기를 뿜어냈다.

사진 장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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