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봅시다]
[알고 봅시다] 한 뿌리 네 영화
2007-09-27
글 : 김종철 (익스트림무비 편집장)
1955년 <신체강탈자의 침입>부터 2007년 <인베이젼>까지, 소설 <신체강탈자> 각색한 네편의 리메이크작

잭 피니의 원작 소설 <신체강탈자>를 네 번째로 스크린으로 옮긴 SF스릴러 <인베이젼>. 신체강탈자 이야기는 외계생명체에 의해 신체와 영혼을 강탈당하고 자기 존재와 개성을 상실한 복제인간들이 전달하는 공포가 매력적인 작품이다. 각각의 영화들은 똑같은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했지만, 세월의 흐름만큼이나 영화적으로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돈 시겔의 오리지널영화 <신체 강탈자의 침입>을 포함, 필립 카우프만의 <외계의 침입자>, 그리고 아벨 페라라의 <바디 에이리언>과 <인베이젼>을 비교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첫 번째 영화로부터 50년이 넘는 세월은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

원작 소설과 영화

잭 피니의 원작 소설은 네번의 영화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SF스릴러영화들에 영감을 끼쳤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잭 피니의 소설은 그 자신의 독창적인 이야기는 아니었다. 외계생명체에 신체를 강탈당하는 이야기는 존 W. 캠벨 주니어가 쓴 <거기 누구냐!>에서 먼저 다루어졌다. 즉 대중에게 인기가 있는 소설의 유행을 잘 파악을 하고 편승한 결과물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오늘날 <신체강탈자>가 가지고 있는 인지도는 영화들이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돈 시겔과 필립 카우프만의 영화는 소설이 보여줄 수 없었던 강렬한 체험을 가능케 했다. 그 이유는 원작 소설의 경우 모든 사건들이 해결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를 했지만, 영화는 정반대의 성격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돈 시겔의 감독 버전에서는 제작사에서 놀랄 정도의 음울한 엔딩으로 처리를 하면서, 돈 시겔의 의사와 달리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덧붙인 버전이 공개되었을 정도다. 이번 <인베이젼>의 엔딩은 네편의 영화 가운데 원작 소설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봐야겠다. 참고로 잭 피니의 <신체강탈자>는 오래전 국내에 출판되었다.

외계생명체의 공격

네편의 영화 모두 외계생명체의 공격을 다루고 있지만 그 형태와 방법은 조금씩 다르다. 돈 시겔과 아벨 페라라의 영화는 사건이 진행된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나머지 두편은 외계생명체가 지구로 오는 과정부터 자세하게 묘사를 한다. 먼저 돈 시겔의 <신체강탈자의 침입>을 보자. 여기선 거대한 씨앗 형태로 복제를 할 인간과 똑같이 생긴 인형이 씨앗 안에 만들어지고, 그 사람이 잠을 자게 되면 대체하는 식이다. 외계에서 온 씨앗을 매개체로 점점 그 수를 늘려간다. 필립 카우프만의 <외계의 침입자>에서는 오리지널에서 대사를 통해 묘사됐던 외계에서 지구로 온 외계생명체에 대한 과정을 오프닝 크레딧 전체를 활용해서 상세하게 묘사한다. 인간 신체에 침입하는 방법은 동일하다. 액체 모양의 외계인은 식물에 스며들어서 꽃으로 피어나고, 그 꽃을 접촉하고 냄새를 맡는 인간들이 당하는 식이다. 역시 복제 형태로 발전되면서 수를 늘려간다. 아벨 페라라의 <바디 에이리언>에서는 군부대의 군인들이 상당수 잠식된 상황에서 은밀하게 진행된다. 달라진 것은 식물에서 알 모양의 물체로 변했다는 점이다. 앞의 두 영화에서보다 인간의 몸속으로 침입해나가는 과정이 자세하게 묘사가 된다. <인베이젼>에서는 지구로 귀환하면서 폭발한 우주왕복선의 잔해에 묻어 있던 바이러스로 인해 전염이 되는 식이다. 네편의 영화 가운데 복제 과정을 없애버리고 유전자와 정신세계를 변화시키는 방법만을 택한다.

같은 이야기, 다른 주제

<신체강탈자>가 그 시대의 대표적인 SF호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가 만들어졌던 시기의 시대와 사회적 현상의 충실한 반영에 있다. 이는 영화를 보는 관객이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잭 피니의 원작 소설부터가 노골적인 정치적 색깔을 드러냈었다. 가장 잘 만들어진 돈 시겔의 영화는 50년대 미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상원의원 매카시의 폭탄발언이 일으킨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사회적 불안과 공포를 영화에 녹여낸다. 이것은 작고 평화로운 마을의 평범한 사람들이 하나둘 외계인으로 변해간다는 설정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기능했다. 필립 카우프만의 영화는 무대를 도시로 옮겨놓고, 70년대 미국인들이 가지고 있던 주체성의 상실이라는 공포를 무개성의 복제인간을 통해 드러냈고, 아벨 페라라의 <바디 에이리언>과 <인베이젼>은 군대와 인간 본성의 테마를 가지고 신체강탈의 세계를 열어간다. <인베이젼>의 경우는 독특하다. 여기서 외계인은 유토피아 건설을 꿈꾼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폭력과 이기적 심성을 제거하면 완벽한 세상이 이루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따라서 네편의 영화 가운데 <인베이젼>은 처음으로 우호적인 시선으로 외계인을 묘사한 작품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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