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성공가도를 달리는 자신만만한 남자가 있다. 경력만 화려한 줄 알았더니 아내에겐 가정적인 남편이요, 딸에겐 자상한 아버지다.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이 남자의 삶은 그 완벽함 때문에 왠지 위태롭다. 아니나 다를까, 곧 그의 안온한 일생을 박살내는 악당이 등장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남자는 자신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다시는 딸을 보지 못하리라 협박한다. 마이크 바커 감독의 스릴러 <더 버터플라이>에서 닐 랜달(제라드 버틀러)이 라이언(피어스 브로스넌)의 횡포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딸 소피의 납치다. 거기다 함께 붙잡힌 아내 애비(마리아 벨로)와 그가 회사와 관련해 저지른 몇 가지 비리들 역시 그의 발을 묶어놓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전까지 닐의 세계를 완전무결하게 보이게끔 한 모든 것들이 도리어 치명적인 비수로 돌아오는 셈이다. 게다가 라이언은 유례없이 잔인한 악당이다. 자신이 돈 따위에는 관심없다는 사실을 시사하듯 닐에게 전 재산을 인출하게 만든 뒤 이를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태워버리기까지 한다. 결국 닐은 라이언이 24시간 동안 요구하는 갖가지 임무들이 자신의 삶을 파괴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게 된다. 결말에서야 라이언의 정체를 폭로하는 <더 버터플라이>는 두개의 반전을 감추고 있다. 억지스러운 감이 없지 않지만 이를 알고 나면 알렉산더 포프의 시에서 따왔다는 영화의 제목이나 꽉 짜인 전체 플롯에 자연스럽게 수긍하게 된다. 피어스 브로스넌이 이전 역할과 확연히 구분되는, 강한 아이리시 억양의 악당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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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완벽한 삶을 무너뜨리기 위한 치명적인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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