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부가영상에도 창의력이 가득, <라따뚜이>
2007-12-28
글 : 김종철 (익스트림무비 편집장)

아카데미 최우수 애니메이션 부문의 강력한 후보로 지목된 <라따뚜이>. 요리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요즘 다양한 분야에서 이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만들어진다. <라따뚜이>의 놀라운 점은 식욕을 당기게 만드는 세밀하게 묘사된 요리와 미각의 표현에 있다. 3D애니메이션을 통해서 요리의 과정을 재미있게 보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 완성된 요리가 화면에 머물러 있음에도 향과 맛이 느껴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굉장한 경험이다.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다”는 대사처럼, 재능있는 이들에게는 늘 기회가 열려 있다는 메시지가 숨가쁘게 몰아치는 재미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명작 애니메이션이다. 놀랍게도 <라따뚜이> DVD 타이틀에 수록된 부가영상은 달랑 3개에 불과하다. 최고의 재미와 작품성을 가진 영화로서는 부실하기 짝이 없지만, 새로운 버전으로 다시 나온다는 의미이니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겠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DVD 타이틀의 공통점은 재미있는 부가영상이다.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단편 작품으로 보아도 좋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구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별개의 단편영화로 보아도 손색이 없는 <여러분의 친구 생쥐>는 11분의 러닝타임으로 구성된 <라따뚜이>의 주인공인 ‘생쥐’에 관한 보고서다. 여기서 다양한(종류들이 꽤 많다) 쥐들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고, 그것들의 생존방식과 세계 각지에서 서식하게 된 배경, 그리고 쥐와 관련한 고대 역사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한다. 재미있는 것은 정보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최고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답게 이 부가영상은 3D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무성영화 스타일, 그리고 아케이드 게임과 같이 표현방식을 달리하면서 재미있는 생쥐의 세계에 대해 알려준다. 단 이 영상은 생쥐의 관점에서 다뤄지기 때문에 놈들이 인간에 얼마나 해악한 존재인지에 대해서는 슬쩍 넘어간다. 이놈들의 해설을 종합해보면 인간과 더불어 사는 친근한 존재, 또는 싸가지없는 고양이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14분 분량의 <좋은 음식과 영화: 브래드 버드 및 토마스 켈러와의 대화>다. 토마스 켈러는 ‘더 프렌치 론드리’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최고의 요리사로 <라따뚜이> 완성에 많은 도움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인물이다. 이 부가영상은 제작과정과는 전혀 상관없는, 영화와 요리를 예술적 작업으로 봤을 때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 자리에 올라 있는 브래드 버드 감독과 토마스 켈러가 들려주는 창조적 작업에 대한 생각이다. 두 사람은 각자의 분야에서 어떤 계기를 통해서 작품과 요리의 아이디어를 얻는지, 창조적인 활동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설명한다. 브래드 버드는, 사람들이 억지로 좋은 아이디어를 짜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창조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환경에서 창조력이 나올 수 있는가를 꼼꼼하게 관찰하고, 그 환경을 만들어보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예술적 재능을 인정하고 그것을 키워주기보다는 똑같은 스파르타식 입시 과정과 시험 통과의례를 거쳐야 하는 국내 현실을 대입하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대목이다. 토마스 켈러는 연어를 손질하는 것을 예로 들면서 10년에서 15년 이상의 긴 시간의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요리의 대가로 발전하는 과정에 대해서 얘기한다. 이 영상은 작품과는 큰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알고보면 <라따뚜이>가 탄생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세 번째는 극장에서 보았던 픽사 단편애니메이션 <리프트>의 수록이며, 마지막으로 ‘장면 선택’의 오른쪽 구석에 숨어 있는 이스터에그에서는 재미있는 영상을 볼 수 있다. ‘예스’를 싫어하는 브래드 버드 감독을 위한 예스 퍼레이드 모음이다. 성우 더빙, 그리고 영화 명장면의 대사를 ‘예스’로 바꿔놓은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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