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크리스 드월프] “한국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시장이다”
2008-04-25
글 : 김도훈
사진 : 오계옥
마이스페이스 CEO 크리스 드월프

마이스페이스(myspace.com)의 CEO 크리스 드월프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 4월15일부터 대대적으로 서비스를 개시하는 한글판 마이스페이스(kr.myspace.com)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마이스페이스가 뭐냐고? 간단하게 말하자면 전세계 2억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국제적 싸이월드다. 하지만 지인들과의 유대에만 초점이 맞춰진 싸이월드와는 조금 다르다. 가입자들은 직접 제작한 음악이나 동영상을 수많은 네티즌에게 홍보하는 장소로 마이스페이스를 활용할 수도 있다. <씨네21>이 크리스 드월프를 만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마이스페이스는 미국이나 유럽에서처럼 독립영화인이나 뮤지션들의 재능을 발굴할 수 있는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한국시장에 마이스페이스 서비스를 개시하는 이유는 뭔가.
=한국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시장이다. 일단 광고를 주수입원으로 하는 우리에게 한국이 세계에서 4번째로 큰 광고시장이라는 건 중요하다.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며 대중이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받아들이고 이용하는 데 익숙하다는 이유도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 도착한 뒤 직관적으로 얻은 인상은 뭔가.
=어젯밤에 도착해서…. (웃음) 한국에 대한 나의 인상은 대부분 이미 알던 것들이다. 테크놀로지에 매우 익숙한 국가라는 인상 같은 것. 어젯밤엔 (복잡한 시스템 때문에) 호텔방의 불 켜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다. (웃음) 그리고 한국은 새로운 트렌드와 패션을 최전선에서 만들어나가는 국가다. 이용자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장소인 마이스페이스도 한국인들과 아주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도 이미 싸이월드 같은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들이 존재한다. 마이스페이스는 어떤 차별점으로 한국 이용자들을 획득할 수 있을까.
=싸이월드는 일종의 이메일처럼 친구들과의 연락을 용이하게 만들어주는 네트워킹 사이트다. 마이스페이스도 물론 똑같은 기능이 있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으나 전혀 모르던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다. 마이스페이스는 세계 최대의 음악 콘텐츠를 갖추고 있으며 선거와 패션 등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거대하다. 뿐만 아니라 마이스페이스는 인터넷에서의 무한한 개방성을 지니고 있다.

-북미에서 마이스페이스는 특히 인디 음악가나 영화인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홍보할 플랫폼으로 널리 사용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간 큰돈을 들여 장비를 구입하고 작품을 만들었으나 홍보할 길이 없었던 한국 예술가들도 마이스페이스를 통해 전세계 수억명의 대중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을 듣는 이용자들도 마찬가지다. 뉴욕의 거대한 사무실에서 뭘 음반으로 낼 것인가를 결정하는 몇몇 음반사 우두머리들이 아니라 이용자들이 스스로 듣고 싶은 음악을 결정하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저작권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나.
=우리는 (루퍼트 머독이 소유주인) 미디어 그룹 ‘뉴스코프’의 일원이라 저작권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뉴스코프는 전세계 콘텐츠의 절반을 가졌다 해도 과언이 아닌 폭스를 소유하고 있으며, 마이스페이스는 얼마 전 소니, 워너뮤직, 유니버설 뮤직과 합동으로 벤처를 만드는 음악업계 최대의 딜을 발표했다. 그래서 마이스페이스 이용자들은 3개사에 소속된 음악가들의 음반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최근 CD 매출이 20%나 하락하는 등 부침을 겪고 있는 음반계에도 큰 이득이 될 거라 기대한다. 최근 우리는 ‘마이무비 매시업’(MyMovie MashUp)이라는 영화를 마이스페이스를 통해 제작했다. 감독과 배우와 스탭 등 모든 것이 마이스페이스를 통해 구성되고 제작됐으며 올해 칸영화제에서도 보여질 예정이다(‘마이무비 매시업’은 역사상 처음으로 순수한 인터넷 이용자들이 만든 영화. 영국의 버티고필름, 필름4와 마이스페이스가 공동으로 개최한 온라인 단편영화 선발대회의 결과물이다.-편집자).

-혹시 루퍼트 머독에게 인수된 이후 정치적 혹은 문화적인 사업 방향이 달라진 경우는 없었나.
=우리의 필요에 따라 방향을 바꿀 가능성은 있지만 그게 뉴스코프 때문은 아니다. 뉴스코프가 원하는 건 우리가 최대한 수익을 많이 올려주는 것뿐이다. (웃음)

-경험상 마이스페이스는 이용자가 레이아웃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가끔은 지나치게 정돈이 덜된 것처럼 보인다. 한국 이용자들은 제작사가 제공하는 틀에 맞춰서 자신의 인터넷 공간을 꾸미는 데 길들여져 있는데, 한국에서도 미국에서와 똑같은 형식을 고수할 예정인가.
=사실 우리가 완전한 자유를 부여하는 이유는 이용자들이 자신만의 표현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서다. 중요한 건 다른 사람들에게 어지럽고 복잡하게 보이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유저가 만족하느냐다. 하지만 유저가 자신의 공간을 꾸미는 것을 좀더 쉽게 해줄 수 있는 기술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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