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클루게 회고전에 포함된 <독일의 가을>은 1971년 독일 적군파에 의한 일련의 테러에 대한 11명의 뉴저먼시네마 감독들의 영화적 대응물이다. 영화를 둘러싼 배경을 이해하지 않으면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미로다. 1960년대 사회의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영화 경력을 시작한 클루게의 모든 영화도 마찬가지다. 그의 동갑내기 친구이자 뉴저먼시네마의 이론적 버팀목이며 독일 공공시네마의 아버지인 평론가 울리히 그레고르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클루게를 만난 올해 전주영화제의 관객들은 엄청난 행운아다. 지난 5월2일 <독일의 가을> 상영 직전, 당시의 독일 사회와 영화계에 대한 20분 간의 소개를 이어간 그레고르에게선, 아끼는 영화의 모든 것을 전하고 싶은 영화 친구의 뜨거운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1960년대 초 구세대 영화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젊은 평론가 중 한사람이었던 그의 인생은 ‘새로운 영화와 그 감독을 안정된 방식으로 관객과 만나게 하기 위한 투쟁’으로 요약할 수 있다. 1971년 베를린영화제에 신설되어 유례없이 실험적인 섹션으로 자리잡은 ‘포럼’이며, 베를린 한복판을 고고하게 지키고 있는 시네마테크 전용관 ‘아르제날’은 그레고르가 그 과정에서 쟁취한 전리품이자 그의 영화 사랑 궤적 그 자체다. 한편의 영화를 말할 때면 제목과 감독, 제작연도와 함께 시놉시스와 영화사적, 사회적 맥락까지 순식간에 설명해내는 그는 지지하는 영화와 감독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여전히 아이처럼 눈을 빛낸다. “1932년생인 알렉산더 클루게는 어떤 의미에서 여전히 젊은이입니다.” 지난 5월3일 <어제와의 이별> 상영 직후 진행된 특별강연에 나선 그레고르가 클루게에 대해 설명한 첫 문장은, 정확히 그 자신에 대한 수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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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클루게의 영화 세계 소개한 평론가 울리히 그레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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