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인디아나 존스 4> 3인3색 읽기 ③ 장르영화로 읽기
2008-06-03
글 : 김종철 (익스트림무비 편집장)
팬 서비스는 살아 있다

장르영화는 일정한 규칙을 따를수록 더 재미있다. 규칙은 반드시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는 고루함이 아니라, 그 틀 안에서 예측할 수 있는 뻔한 상황을 구성하되 좀더 재미있게 포장하라는 발상의 전환이란 단서가 붙는다. 웨스 크레이븐의 <스크림>은 공포영화의 클리셰들을 가지고 놀면서, 그 자신도 규칙을 충실하게 이행하며 장르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장르영화들은 시리즈로 이어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영화를 지지하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반복적이지만 쌓이고 쌓여 재미가 되는)가 풍성해지는 또 다른 규칙을 따르는 특성이 있다.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하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 그런 종류의 영화다. 처음 영화를 대하는 관객은 당장 눈에 보이는 볼거리와 재미를 누리는 것에 그치겠지만, 시리즈의 전통을 줄줄 꿰고 있는 팬들은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즐길 수가 있다. 같은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이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오게 되는 것은 단순히 취향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이 알고 있어야 그만큼 더 재미있어진다는 ‘장르영화의 명제’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장르영화의 규칙과 거기서 파생되어 업그레이드되는 재미를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먼저 파라마운트사 로고의 인용. <레이더스>의 첫 장면은 파라마운트 로고에서 자연스럽게 영화 속의 배경이 되는 산으로 바뀐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에서도 동일하다. 단지 산에서 모래성으로 살짝 변화를 주지만 <레이더스>를 떠올리며 흐뭇해진다. 도입부 성궤의 재활용도 마찬가지. 기밀 창고에서 한바탕 액션이 지나고 나면 부서진 상자 안에서 성궤의 일부가 보인다. 이건 눈에 드러나는 단순한 요소지만 창고 안으로 들어갈 때 <레이더스>에서 사용되었던 음악이 똑같이 재활용되고 있음은 팬심의 크기에 따라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영화에서 일반 관객과 팬들간에 생기는 가장 큰 간극은 마커스 브로디의 재활용과 뱀에 관한 일화. 마커스 브로디는 시리즈 1편과 3편에 등장했던 인물로,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덴홈 엘리엇이 세상을 떠나면서 4편에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팬들을 배려한 결과 마커스는 대학 복도에 걸려 있는 초상화와 학교 밖의 동상으로 간접출연했다. 관객은 요란한 추격전 가운데 마커스 동상의 머리가 뚝 떨어지는 것에 그냥 웃었겠지만, 이전 시리즈를 통해 그를 기억하고 있는 팬들은 웃음과 더불어 찡한 감동에 휩싸인다. 고인이 된 배우를 고심 끝에 등장시켜 시리즈의 정통성을 이어간 노련한 연출이 아닐 수 없다.

인디와 메리언이 늪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에서 돋보인 뱀 활용의 경우, 시리즈 전작에 걸쳐 나오는 특별한 에피소드다. 뱀을 밧줄 대신 이용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관객에게 큰 웃음을 자아내지만, 죽어가는 상황에서조차 유일한 생명의 끈인 뱀을 애써 외면하려는 인디의 속사정을 알고 있다면 웃음과 재미는 곱절이 된다. 반복하되 적절한 변화를 준 것이 재미의 플러스가 되는 것이다.

이런 소소한 요소뿐만 아니라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의 주요 액션 시퀀스들의 스타일은 전작을 고스란히 복습한다. <최후의 성전>보다 액션의 스피드가 더 붙긴 했지만, 달라진 배경을 제외하면 동일한 컨셉이다. 속편이 거듭될수록 모험의 인원 수가 늘어났으며, 인디는 반드시 달리는 탈것에서 격투를 벌이고 벼랑이나 물이 있는 곳으로 한번은 추락한다. 이처럼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에서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주요 요소들을 발견한다면 더 많은 재미를 누리게 되다.

장르영화의 역사는 영화 탄생과 맞물려 있다. 10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축적된 장르영화의 클리셰를 벗어난 새로운 것을 만들고 보여주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이 핸디캡을 극복하는 것은 장르영화의 혹은 그 스스로의 모방과 복제에 의한 재활용에 대처하는 능력이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나쁘게 말하면 새로운 것이 전혀 없는 전작의 복습과 시각효과의 업그레이드를 꾀한 나태한 속편이겠지만, 장르영화의 범주에서 보자면 역시 ‘인디아나 존스’다운 결과물이다. 그렇다고 먹고살기 바쁜 세상에 단순히 보고 즐기기 위한 한편의 영화를 보기 위해서 전작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할까? 미안하지만 장르영화의 세계에서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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