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소식]
시간여행에 관한 아주 흥미로운 고찰
2008-07-24
글 : 이화정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타임크라임>의 나초 비가론도 감독

과거, 현재, 미래가 꼬였다. 한 시간 전의 나와 지금의 나, 불과 5분전의 내가 한 좌표에 존재한다. <타임크라임>은 ‘헥토’라는 평범한 중년 남자의 시간여행을 그린 SF물이다. 이 어이없는 여행의 시작은 한 여자를 향한 헥토의 관음증에서 비롯되었고, 그 끝은 알 수 없는 미궁이다. 역행하는 시간을 올바르게 가게 하는 길은 ‘나’가 또 다른 ‘나’를 처단하는 길 밖에 없다. 스페인 감독 나초 비가론도 감독은 이 복잡한 시간과 자아들의 충돌을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소박하게 풀어낸다. “십대 때부터 필립 K. 딕을 즐겨 읽었다. 미스테리나 범죄물에도 관심이 많다. 첫 장편 <타임크라임>은 비가론도 감독의 이런 취향이 십분 뒤섞인 작품. 최소의 배우, 최소의 로케이션, 최소의 스태프로 감독은 경제적인 저예산 SF의 답을 찾는다.

스페인에서 햄버거, 안경 등 CF모델로 유명한 비가론도 감독은 연출 이외에도 각본, 배우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헥토를 곤경에 빠뜨리는 과학자 ‘치코’로 등장한다. “지루한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치코는 영화의 어려운 주제를 풀어, 관객에게 흥미를 주는 역할이다.” 뒤섞인 시간에 대한 흥미로운 탐구는 관객에게 <타임크라임>을 두고두고 기억하게 만드는 영화로 남겼고, 해외에서의 호평을 자아냈다. 그러나 자국에서 개봉에만 1년 넘는 시간이 걸렸고, 흥행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비가론도 감독은 “국제적 인정에도 불구, 스페인 호러가 자국에서 통로를 찾기는 쉽지 않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물론, 상업적 성공 때문에 연연하고 싶지는 않다.” 현재, 미국 쪽 제작사와 차기작을 구상 중이라는 그는 “앞으로도 SF와 에로, 스릴러가 결합된 작품들을 꾸준히 만들 것이다.”라고 포부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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