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잊고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가, <모던 라이프>
2009-05-04
글 : 김성훈

모던 라이프 Modern Life
레이몽 드파르동|프랑스|2008년|90분|전북대문화관/오전 11시

<까이에 뒤 시네마>가 2008년 최고의 영화 10편 가운데 한 편으로 선정했다. <모던 라이프>는 레이몽 드파르동 감독과 프랑스 농부들이 함께 빚어내는 일기 같은 작품이다. 감독은 십년 동안 농촌에 들어가 농부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번 영화는 총 3부작으로 구성된 <농부의 초상>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감독은 이전 시리즈의 배경이기도 했던 빌라레 지방을 다시 방문한다. 이 프랑스의 평화로운 시골마을도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서서히 쇠락해가고 있다.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떠나고, 농부들은 재정적인 압박으로 농사짓기를 그만둘 위기다. 감독의 관심은 현대 프랑스의 농촌 문제를 폭로하려는 게 아니다. 레이몽 드파르동은 농부들의 소소한 일상을 관조적으로 바라볼 뿐이다. 바이러스에 걸려 죽은 염소 때문에 슬퍼하는 모습, 할아버지·할머니가 아침에 젖소에게 짜낸 우유로 밤에는 치즈를 만들어 먹는 모습 등 농부들의 일상은 그들의 일상을 갉아먹는 경제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평화롭게 흘러간다. 이는 사라져가는 농촌의 삶을 애상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잊고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되묻는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사라져가는 농부와 농촌의 풍경들을 진중하게 담아내는 촬영이다. 이는 마치 19세기 농촌의 풍경을 그린 장 프랑수아 밀레의 그림들이 연상될 만큼 깊고 또 깊다. 또한, 증명사진을 찍는 것처럼 어떠한 기교나 왜곡 없이 정면을 그대로 찍음으로서 감독은 대상에 대한 애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 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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