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필리핀의 어두운 역사를 꺼낸다 <필리핀 인디오에 관한 짧은 필름>
2009-05-05
글 : 김성훈

필리핀 인디오에 관한 짧은 필름 Short Film About The Indio Nacional
라야 마틴|필리핀|2006년|96분|메가박스8/오후 8시

한 여자가 방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지만 한참 지나도록 잠들지 못한다. 계속 뒤척이다 그녀는 옆에서 자고 있던 남편을 깨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간청한다. 하지만 남편은 ‘어두운 길을 홀로 걷는 소년과 불을 밝히며 그의 앞으로 다가오는 한 늙은이’의 우화를 통해 필리핀의 어두운 역사를 꺼낸다.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라”는 주의와 함께.

무성영화인 <필리핀 인디오에 관한 짧은 필름>은 1890년대 스페인 제국주의에 맞선 필리핀 혁명에 관한 비극이다. 영화의 초반부는 한 소년을 둘러싼 당시 상황과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묘사하는 장면을 주로 보여준다. 최소한의 배우, ‘흰 옷을 입은 예닐곱 명의 아이들이 단체로 하늘을 보는 장면’과 같이 양식화 된 연기, 영화 중간마다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효과 등 감독은 가능한 다양한 효과들을 동원해 은유적으로, 때로는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마치 ‘간접적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시대상을 표현하기 위함’이나 ‘역설의 묘미가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과 같은 명확한 이유라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감독은 인디오들이 혁명을 도모하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이 과정조차도 라틴 마야는 설명적이거나 감정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절제한다. 가령 영화의 후반부, 부르주아 복장을 한 학생들이 ‘돈, 탐욕, 교회’를 외치는 연극과 뒤로 도망가는 원주민들의 모습을 대비해 보여주는 장면은 직접적이지 않아서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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