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spot] “액션신 찍으려고 태권도 배웠죠”
2009-05-19
글 : 김용언
사진 : 오계옥
한국 찾은 <스타트렉: 더 비기닝> 배우 존 조

한국계 미국 배우 존 조는 다소 긴장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쏟아지는 질문에 성의를 다해 자신의 뜻이 잘 전달될 수 있는 단어를 신중하게 고르는 기색이 역력한 채 성실하게 대답했다. 존 조는 최근 <스타트렉: 더 비기닝>에서 일등항해사 히카루 술루 역을 맡아 냉철함을 유지하며 색깔 강한 캐릭터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존재감을 굳혔다. <해롤드와 쿠마> 시리즈에서 배를 잡게 만들었던 해롤드는 잊어라, 여기 술루가 왔으니. 지난 5월11일 내한하여 라운드 테이블에 앉은 존 조와의 인터뷰를 전한다.

-히카루 술루 역을 맡아 연기한 소감은.
=어린 시절 미국에선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거의 없었다. <스타트렉> 시리즈는 예외였다. 조지 다케이가 맡은 술루는 미래 세계의 아시아인으로서 매우 긍정적인 초상을 보여주었다. 내가 <스타트렉: 더 비기닝> 영화버전에 출연함으로써 그 유산을 이어받을 수 있었다는 게 영광이다.

-한국에선 미국에 비해 하드SF의 인기가 그리 대중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렉: 더 비기닝>이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는 건 이처럼 진입 장벽이 높은 장르를 무척 섹시하게 환골탈태시켰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 영화가 어떤 작품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나.
=낙관적인 입장이었다. 영화의 흥행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혹은 우리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이 장면이, 이 과정이 어떤 식으로 완성될지도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촬영 당시에는 언제나 현재에 집중하려 했다. 무엇보다 J. J. 에이브럼스에 대한 신뢰가 컸다. 그가 <미션 임파서블3>를 연출하면서 기존 역할과 시리즈 자체에 신선함을 불어넣는 걸 보고 진심으로 신뢰하게 됐다.

-우주 스카이다이빙과 드릴 제거 시퀀스를 촬영할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이라면.
=슈트가 엄청나게 타이트했다!(일동 웃음) 예전에 액션신을 찍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특히 어려웠다. 그래서 우선 (영어로 인터뷰를 진행하다가 이 부분에서 한국어로)“태권도 배웠어요”. 그 다음엔 검술을 배웠고. 에이브럼스 감독은 컴퓨터그래픽보다 진짜 세트에서 촬영하는 쪽을 훨씬 선호한다. 그래서 다저스 스타디움에 실제로 매우 높은 플랫폼을 지었고 엄청나게 강한 바람이 나오는 기계까지 설치했다. ‘실제 장면’을 찍은 게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조건들 때문에 무척 힘들었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앞으로 일본도 방문하게 된다. 일본인들은 히카루 술루 역에 자부심이 크다고 알고 있다.
=여기 대해선 관객이 원저자의 의도를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조지 다케이가 내게 직접 설명해준 바에 따르면 시리즈의 크리에이터 진 로덴베리는 많은 아시아 국가들의 해안에 접한 술루 해(海)에서 술루라는 캐릭터의 성을 따왔다. 그러므로 술루는 아시아 전부를 대표하는 역할이다. 일본인 조지 다케이가 술루를 연기했기 때문에 히카루라는 이름이 덧붙여졌을 뿐이다. 엔터프라이즈호는 전세계를 대표한다. 거기에는 러시아인, 스코틀랜드인, 흑인 여성 등이 등장한다. 이 시리즈가 처음 만들어진 것이 1960년대 후반이고 당시 인종간의 사회불안, 러시아와의 냉전 등을 생각했을 때 매우 긍정적이고 파격적인 의도였다고 할 수 있다.

-<해롤드와 쿠마> 시리즈를 비롯한 코미디로 유명하다. 차기작을 보니 또다시 SF와 코미디가 한편씩 있던데.
=코미디를 할 땐 드라마를 찍고 싶고, 드라마를 끝내고 나면 코미디를 하고 싶다. (웃음) 배우는 매우 탐욕스러운 존재다. 나 역시 최대한 다양한 장르에서 일하고 싶은데, 이렇게 장르 사이사이를 점프하면서 체험할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

-본인을 트레키라고 부를 수 있는지 궁금하다. <스타워즈> 시리즈와 <스타트렉> 시리즈는 미국인이 스스로 구축해낸 신화의 양대산맥인데, 당신은 어느 쪽을 더 선호하는가.
=하하하, 어릴 땐 <스타워즈>를 더 좋아했다. 하지만 성장한 다음 <스타트렉>을 보면서 미래에 대해 희망찬 비전을 제시한다는 점을 좋아하게 됐다. 사람들이 함께 힘을 합쳐 평화로 나아간다는 것. 신생아의 아버지(존 조는 얼마 전 아들의 돌잔치를 치렀다)로서 이 부분은 매우 뜻깊다. 인류 전체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선포하는 거대한 유산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그러니까 나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지 말아달라!(웃음)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