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외신기자클럽] 포르노배우 가츠니와 류승완
2009-12-23
글 : 아드리앙 공보 (포지티브 기자. 영화평론가)

가츠니(Katsuni)는 국제적 스타다. 나이 서른의 가츠니는 파리와 LA를 왕래하며 활약하는 배우다. 그녀의 최근 흥행작으론 <가츠니 마녀학교에서>와 연작 <가츠니 간호학교에서>가 있는데, 상도 벌써 여러 개 받았다. 베를린에서 최고여배우상인 비너스상, 바르셀로나에서는 ‘최고항문섹스장면상’ 등등. 이제야 다들 이해했겠지만 가츠니는 포르노영화 배우다. 다 좋다 치자. 한데 가츠니와 <씨네21> 사이에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거냐고? 가츠니는 류승완 감독이 만든 한 작품의 프랑스쪽 대모(代母)라는 사실을 공개한다! 짜자쟌~.

와일드 사이드사는 프랑스에서 한국 작품을 가장 잘 배포하는 회사로 김기덕, 김지운, 박찬욱 감독 등의 작품을 극장이나 DVD를 통해 소개했다. 와일드 사이드의 폭넓은 상품 목록엔 프랑크 카프라, 앤서니 만, 오슨 웰스 등 고전 작품도 들어 있다. 한마디로 와일드 사이드는 아주 믿음직한 회사라는 말입니다…요. (이 글을 읽는) 아가씨들! 아시아영화에 열성을 보이는 이 회사는 최근 류승완 감독에게 큰 관심을 갖더니 급기야 <다찌마와 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의 저작권을 사들였는데, 그 뒤 아주 곤경에 빠지게 됐다.

와일드 사이드사의 설명에 의하면 한눈에 반해 사들인 이 작품이 이젠 아예 마케팅 악몽으로 탈바꿈해 버렸단다. 먼저 작품을 프랑스 관객에서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이미 류승완의 <아라한 장풍대작전> <주먹이 운다> <짝패> 같은 몇몇 작품은 꽤 이름있는 회사에서 DVD로 나왔었는데, 그게 류승완의 신작 선전에 든든한 뒷받침이 돼주는 건 또 아니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류승완의 이전 작품들이 액션에 중점을 뒀다면, 이번 신작은 코미디였기 때문이다. 하긴 프랑스에 알려진 유일한 아시아 코미디영화는 <크레이지 쿵푸>라고 다시 이름 붙여진 주성치의 <쿵푸허슬>뿐이다. 그러니 <다찌마와 리…>의 적절한 불어 표현은 <크레이지 리>가 되는 것이다. 와일드 사이드는 <크레이지 쿵푸>와 <크레이지 리>를 함께 묶어 세트로 만든 상품까지 선보였는데, 이건 <크레이지 쿵푸> 명성의 후덕을 <크레이지 리>에서 좀 보자는 속셈에서 나온 발상이다. 게다가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까지 들먹이며 “제임스 본드보다 더 강하고, <오스틴 파워>보다 더 광적인 작품!”이라며 흥미유도용 선전문구까지 만들었다.

그 다음에 가담한 것이 바로 우리의 가츠니다. 그녀는 유명세로 말하자면 포르노영화 세계를 훨씬 넘어선 여배우다. 가츠니는 각종 토크쇼에 종종 참여하는, 표현력도 좋고 꽤 좋은 이미지를 가진 여배우다. 게다가 아버지가 베트남 사람이라 반은 동양인인 배우다. 이런 모든 장점이 <크레이지 리>의 홍보에 힘을 더하기 위해 가츠니를 출동시키게 된 타당한 이유이다. 그녀가 맡은 역할은 DVD에 들어 있는 프로그램들을 흥미진진하고 섹시하게 소개하고, 영화 내용을 따서 만든 웃기는 장면 몇개에 출연도 하고, 또 작품과 전혀 상관이 없는 질문에 대답을 마친 다음… 홀딱 스트립쇼를 한번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츠니는 인터넷 언론들을 위해서도 시간을 내 영화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물론, 아시아영화에 대한 자신의 취향을 말하기도 하며 DVD 선전을 확실하게 했다.

영화가 나온 지 한달. 한데 이 희한한 판매 전략이란 게 그리 신통치 않은 모양이다. 배포회사쪽 말로는 보너스로 들어간 가츠니표 ‘비아그라’ 없이도 영화가 더 잘 팔릴지 어떨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란다. 몇년 전에 한국영화에 관해서 쓴 내 책 <서울 시네마>(Seoul Cinema)의 표지로 류승완 얼굴을 실었다. 한데 그놈의 책은 도무지 인기를 끌지 않았더랬다. 나도 가츠니한테 서문이라도 하나 써달라고 부탁했었더라면 아마….

번역 조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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