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대중이 어떤 이야기를 보고 싶어하는 지가 중요했다."
2010-03-26
글 : 강병진
드라마 <추노>의 작가 천성일 인터뷰

지난 3월25일, <추노>가 끝났다. 사극의 무대를 궁궐이 아닌 저잣거리로 불러왔다는 것, 개성 있는 다수의 캐릭터와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퇴장, 그리고 탐미적인 액션 연출과 영상미로 화제가 된 드라마였다. <추노>를 쓴 이는 영화 <원스어폰어타임>과 <7급 공무원>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천성일 작가다. <추노>에 대해서도 물어볼 게 많았지만, 그가 누군지도 궁금했다. 아쉽게도 그는 사진 촬영을 고사했다. “난 어차피 무대 뒤에 있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들은 네가 뭔데 신비주의냐고 하지만, 그냥 뒤에만 있고 싶어서 그럴 뿐이다. 얼마 전에는 몰카로 찍힌 뒷모습이 나갔는데, 그것도 난감했었다.” 이번 인터뷰에는 그의 얼굴 대신 추노의 스틸을 싣는다.

- 마지막에는 업복이 일당과 대길, 태하가 한꺼번에 궁궐로 들어갈 것 같았다.
= 진짜 드라마로 갔으면 그래야 했을 것이다. 그래야 카타르시스도 주고, 시청률도 올라갈 텐데...(웃음) 하지만 현실적으로 벌어지기는 힘든 일이라 생각했다. 역사적으로 그런 상황이 있는 것도 아니고.

- 업복이와 초복이의 마지막 키스신이 인상적이었다. 처음에 둘의 얼굴에 '노'자와 '비'자를 새길 때부터 의도한 것인가.
= 자료에 그렇게 나와 있었다. 남자는 오른쪽에 '노(奴)’자를 새기고, 여지는 왼쪽에 '비(婢)’자를 새겼다더라. 그대로 설정해놓고는 나중에 엔딩 키스신에서 그렇게 보여주고 싶었다.

- 어찌됐든 <추노>의 인물들이 원한 혁명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실패로 끝났다기보다는 실패도 과정의 연속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업복이의 죽음은 세상을 변화시키지는 못했지만 충실한 노비로 살려고 했던 상노 아저씨를 변화시키지 않았나. 거의 반죽음이 된 송태하도 결국 이 땅을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그들의 죽음은 그냥 죽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변화하는 계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 <추노>의 소재는 어디서 찾은 건가.
= 5년 전에 영화로 사극시리즈를 준비하고 있었다. 코미디와 로맨틱코미디, 하드보일드한 추격전 이렇게 3개의 연작이었다. 자료를 찾던 도중 노비추쇄도감이란 관청이 고려 때부터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관노비를 잡아들이는 국가기관이었던 거다. 관련 자료에서 보면 나중에는 도망노비들에 비해 관원이 부족해서 사적으로 노비를 추세했다고 하더라. 지금으로 보면 그들이 흥신소의 역할을 한 셈이다. 이쪽에서 치열한 이야기가 많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 영화로 개발한 아이템인데, 드라마로 선회한 이유는 무엇인가.
= 시나리오 초고를 끝내놓고 나니까, 규모가 엄청 크더라. 80억 가량 들 것 같았다. 병자호란도 담아야 하고, 인물도 많아서 한 편으로 끝낼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다. <킬빌>처럼 2개로 나눠서 해볼까 생각도 했다. 그러다 모니터를 하던 와중에 드라마로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드라마로 4부까지 대본을 뽑아놓고, 6부까지는 구성을 해봤다.

- 내친 김에 드라마 쪽으로 사업을 확장해보려는 계획을 세웠던 건가.
= 그런 게 아니었다. 사업 확장뿐만 아니라 취향을 고민하거나 매체의 특성을 파악한 것도 아니었고. 계획 없이 그냥 한번 해보자 했던 거다.

- 그게 한번 해보자 해서 되는 일이 아니지 않나.
= 일할 때, 겁을 내는 편이 아니다. 회사 차원에서 중요한 게 콘텐츠 아니겠냐, 나가서 움직이려면 무기 있어야 되는데 노느니 한번 써보자 했던 거다. 그런데 도대체 드라마가 뭔지를 모르겠더라. 영화는 만들고 나서 극장에 붙여서 관객이 들면 수익이 발생한다. 그런데 드라마는 시청률이 얼마가 나오든 판매단가로만 밭는다. 도대체 이게 어떤 걸까, 고민을 많이 했다. 게다가 방송국에서 받는 방송권료보다 회당 제작비가 1,2억 정도 더 든다고 하더라. 20부작이면 최고 40억 정도 더 드는 거다. 일단 여러 드라마 제작사를 만나서 노하우를 빌렸다. 좋은 이야기, 나쁜 이야기 등등 많이 들었다. 왜 드라마를 하려는 얘기도 들었다. 그냥 영화하시라고. 어쨌든 그 후에 모 방송국에 넣었는데, 대본이 후지다고 기획회의에서 잘렸다. 다른 방송국에서는 기획회의는 통과했지만, 연출할 PD가 붙지 않더라. 결국 우리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겁은 안내더라도 공부는 하고 덤벼야 하는데, 일을 하면서 공부를 같이 했으니까. 왜 예비군 훈련 가면 적혀있지 않나. “일하면서 싸우고, 싸우면서 일하자.”(웃음) 그래서 <7급 공무원>을 찍던 도중에 다시 영화로 선회했다. 그런데 아는 어느 매니지먼트 대표가 곽정환 PD를 소개해주더라. 사실 난 이미 방송국에서 마음이 떠난 상태라 심드렁했다. 막상 만났을 때도, 대화를 할 만한 접점이 없었다. 그날 헤어졌는데, 왠지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한성별곡>을 봤다. 기존 드라마와는 굉장히 다르더라. 연출이나 조명이나,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나. 왜 최고시청률이 8%밖에 안 나왔는지도 알 것 같았다.(웃음) 바로 전화해서 같이 하자고 했다.

- <추노>의 초반부를 봤을 때, 첫 느낌은 질퍽하다는 거였다. 쌍과부 주모들이나, 그들 주변의 영감들이나 솔직하게 욕망을 드러내더라.
= 처음에는 쌍과부가 아니었다. 여자캐릭터가 너무 없었는 데, 방송국에서 만들면 어떻겠냐고 했다. 그런 부분을 쓸 때 떠올린 건, 막노동판이었다. 스무 살 때인가, 알바삼아서 막노동을 했는데, 재밌는 게 이런 거다. 가면 일단 새참을 먹고, 커피를 배달시킨다. 점심을 먹고 또 커피를 시킨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새참을 먹고 또 커피를 시키시더라. 그럼 레지노동자가 오시는 데, 이때 분위기가 정말 질퍽했다. 내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으신 두 분과 나, 이렇게 셋이 있는데.. 서로 오가는 말들이 장난이 아니었다. 아저씨들이 농지거리를 하면 레지노동자 분들이 또 능수능란하게 받아준다. 그때 들은 말 중에 ‘배꼽 맞춘다’는 대사가 그나마 가장 수위가 낮은 쪽이다. “이게 만 진거여? 오다가다 스친 거지” 그런 대사들도 그렇고.

- 성적인 묘사의 측면에서 지금의 KBS가 이 기획을 받아들인 건 꽤 흥미로웠다.
= 나도 에로작가로 불리지만, 감독님께서도 곽‘선정’으로 이름을 바꿨다.(웃음) 어떻게 용납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내가 먼저 감독님께 대사의 수위가 아슬아슬한 것 같다고 말했었다. 알아서 할 테니까 쓰고 싶은 대로 쓰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경고가 떨어지지 않냐, 경고가 가면 감독에게만 가는 거냐, 작가한테까지 오는 거냐고 물어봤다. “작가에게는 안 떨어집니다.” 그러셔서 “그럼 뭐 그렇게 하시죠”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했다. 감독님께서도 표현수위의 끝에서 해보고 싶으셨던 것 같다.

- <추노>의 재미는 다른 드라마가 안하던 것을 한다는 점에 있다. 일단 끝까지 갈 줄 알았던 인물들이 빨리 퇴장하는 점이 뜻밖이었다.
= 원래 더 빨리 죽이려 했는데, 늦췄던 거다. 그러니까 내가 드라마에 감이 없었던 거지. 주인공 위주의 이야기를 가져가면서 맛깔 나는 조연들을 끝까지 배치하는 게 좋았을 수도 있다. 설마 내가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빨리 죽였겠나.(웃음)

- 남자끼리 대화하면서 ‘형’ 대신 ‘언니’란 호칭을 썼다. 처음부터 설정한 부분이었나.
= 그건 꼭 쓰겠다고 한 거였다.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에 ‘언니’란 호칭이 나온다. 임꺽정처럼 털이 복슬복슬한 이미지와 가녀린 언니란 호칭의 언밸런스가 너무 재밌었다. 사실 형은 한자어 아닌가. 우리 말 고운 말의 입장에서 보면 ‘언니’가 맞을 수도 있겠더라.

- 성동일과 공형진이란 배우에게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느낌을 대입한 것도 신선한 부분이었다.
= 캐스팅은 내가 안했다. 몇 사람 이야기는 했지만, 딱 집어서 한 건 아니었고 감독님의 해석이 결정한 거다. 성동일 선배는 <원스어폰어타임>을 같이 하면서 판만 깔아주면 되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멍석을 크게 갈면 크게 놀고, 넓으면 넓은 대로 놀고, 좁게 깔아주면 그 안에서 높낮이로 뛰어논다.(웃음) 대본을 쓰면서도 천지호는 편했다. 부족한 부분을 다 알아서 메워주시니까.

- 천지호란 캐릭터에 대한 시청자들의 애정이 많았다. 특히 죽어가는 장면의 묘사도 독특했다. 농담 삼아 천지호의 죽음은 화살이 아니라 무좀 때문이었다는 말도 한다.
= 우리끼리도 그런 농담 한다.(웃음) 천지호는 시놉시스에서 그때 죽는 걸로 되어 있었다. 참 아깝더라. 입에 엽전을 물고 죽는 건 대본에 없었던 거였다. 성동일 선배가 직접 만드신 거다. 선배님은 대본을 바꿔서 미안하다고 하셨는데, 난 너무 고맙다고 했다.

- 극중에서 마의영감으로 나온 윤문식 선생님의 퇴장도 곱씹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보통 웃음을 담당하는 조연들은 그렇게 사라지지 않는다. 끝까지 살아남거나, 주인공을 위해 죽거나 인데, 허무하게 끌려가더라.
= 그게 참... 이 얘기를 들으면 인터뷰 잘 못 왔다고 생각할 것 같다. 사실 선생님이 마당극 때문에 11월 달에 빠지셔야 했다. (좌중폭소) 그게 제일 컸던 이유다. 물론 마지막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했다. 현실적으로 묘사를 하고 싶었다. 잘된 것이건, 잘 못된 것이건 사소한 인연 하나가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드러내고자 했다. 뭐, 그래도 어쨌든 간에, 스케줄 때문에 그런 거였다.(웃음)

- 마의영감이 고초를 당하는 순간부터 오포교의 캐릭터도 달리 보게 됐다. 그냥 사리에 밝고 능글맞은 사람인 줄만 알았는데, 나중에 보면 민생의 적이 되더라.
= 원래 오포교는 힘들고 어려운 일은 함께 하고. 좋은 일은 혼자 누리는 인물로 설정했다. 한 명의 조직원으로서 살아남아야 하는 입장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오포교의 엔딩을 정말 많이 고민했다. 과연 이 사람은 잘 살게 될까? 난 잘 살게 두고 싶었다. 노비를 다 잡아들이고 공을 세우지 않나. 그럼 승진을 하고 잘 되면 되는 거다. 그런 사람이 잘 되는 게 현실이니까. 그런데 아내가 그러면 안 된다고 하더라.(웃음) 결국 조직에게 희생을 당하는 쪽으로 묘사했다.

- 황철웅의 아내 선영의 캐릭터도 사극에서 볼 수 없었던 캐릭터였다. 영화에서도 <오아시스> 정도가 있을 뿐이고.
= 편하게 생각했다. 유비아들도 발달장애가 있다고 하지 않나. 어느 시대에나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왕족 중에도 있었을지 모른다. 황철웅에게 자신의 선택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게 만들고 싶었다. 또 황철웅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여주고 싶었다. 선영은 심성이 똑바른 사람이다. 자기를 이용하려는 사람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처음에는 발달장애로 그리려 했는데, 그러면 황철웅이나 선영이나 제대로 보여줄 수 없을 것 같더라. 결말에 가서는 선영이를 택한 것이, 황철웅의 인생전반으로 볼 때는 잘한 것으로 묘사된다. 가장 싫어했던 사람을 통해서 세상을 다시 보는 거다. 철웅이 선영이의 손을 붙잡고 울어야만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

- 짝귀언니가 등장하면서 천지호, 동대문 개백정, 대길이를 잇는 사각관계의 과거가 궁금해졌다. 어떻게 생각하면 풀어줄 수도 있었을 것 같더라. 일단 영화보다 드라마에서 더 수월할 수 있는 문제 아닌가. 그런데 대충 넘겨짚을 수 있는 선만 남겨놓았다.
= 그쪽 이야기를 특별히 풀 시간이 없었다. 드라마라면 그 이야기가 처음 3부 안에서 풀어져야 했을 것이다. 아니면 중간에서 보여주던가. 하지만 그건 이야기를 끊고 가는 거라 할 수 없었을 거다. 선택의 문제인 것 같다. 현재를 기반으로 해서 앞으로 일어날 일에만 집중하고자 했다.

- 전체적으로 <추노>는 배반이 키워드인 드라마다. 내용상에도 ’배반’이란 키워드가 있지만, 시청자의 예상과 기대를 배반하는 것도 있다. 처음부터 정해놓은 규칙이 있었나.
= 잘 몰라서 그런 거였는데, 크게 4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가 이야기를 빨리 전개하자는 거였고, 두 번째가 액션에서 장풍과 와이어 금지였다. 세 번째가 출생의 비밀이나 과거를 금지하는 거였고, 마지막으로 궁궐 안으로 들어가지 말자는 게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궁궐은 좀 많이 나오기는 했다. 와이어는 가끔 썼고. 장풍은 쓰지 않았다. 과거사는 미루어 짐작하면 충분하는 정도로 묘사했다.

- 그만큼 <추노>에서도 여러 실험을 해본 것 같다.
= 가장 큰 실험이 사극인데도 궁중사극을 하지 말자는 거였다. 처음 구성을 하면서도 굉장히 위험한 발상 같았다. (웃음) 두 번째는 로드무비에 대한 도전이었다. 사실 로드무비는 영화에서도 힘들다. 세트도 없이, 산길에서 달려 나가는 걸 4,5초 찍으려고 하루 종일 산에 올라가야하니까. 영화에서도 시도하기 힘든 데, 드라마는 오죽했을까. 보통 사극은 세트에서 쭉쭉 나가다가 가끔 야외에서 말 한번 타야 되는 건데 말이다. 스텝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한번 산에 올라갔는데, 조명크레인까지 왔길래 조명감독 눈에 안 띄려고 했다. (웃음) 그 외 에 특별히 실험한 건 없었다.

- <추노>를 구상하면서 롤모델로 삼은 영화가 있었나.
= 액션 같은 경우는 좀 아름다운 디자인이었으면 했다. 기획당시에 <300>이 나왔는데, 그런 느낌을 생각한 것 같다. 나머지는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감독님은 드라마여도 그 시간동안 몰입해서 볼 수 있도록 하자고 하시더라. 그래서 이야기 전개도 빠르게 가려고 한 거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영화가 롤모델이었던 것 같다. 감독님도 사실상 24편의 영화를 만들고 싶으셨던 같고. 그래서 사전제작도 충분히 했다. 배우들도 놀랐다고 하더라. 많이 찍고 오래 찍고 집요하게 찍어서. 어제 크랭크업을 할 때도 정말 감독이 잔인하다고 느꼈다. 이종혁이 우는 데 나 같으면 15번 오케이 했을 걸 가지고 끝까지 안하더라. 이 정도면 되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말이지. 감독의 그런 에너지가 전이된 것 같다.

- <추노>에는 전작과 비슷한 부분도 있다. 역사에 기록될 리 없지만, 역사를 움직이는 이야기다. <원스 어폰어 타임>이나 <7급공무원>에도 그런 부분이 있었다. 지령을 내리는 실체는 없고, 서로가 서로의 편인 줄도 모르는 사람들을 그렸다는 면에서 비슷해 보인다.
= 어떻게 하다보니까 그렇게 됐다. <원스 어폰어 타임>에서 지령은 김구선생님이 내리시는 건데, 출연을 못하셨다.(웃음) 두 작품 모두 소재면에서는 후발주자였다. 남들이 한 걸 빼놓고 가려니까 나온 것 같고, 또 하나는 의외성이 주는 재미를 담으려 하면서 나온 설정이었다.

-영화 쪽에서는 작가이자 영화사 하리마오 픽쳐스의 대표다. 감독이 제작사를 갖는 경우는 있지만, 작가가 차린 경우는 드문 것 같다.
=대표였는데 바뀌었다. 지금은 하리마오 컨텐츠 대표로 있다. 제작과 기획개발을 따로 분리한 거다. 그리고 소문이 와전된 게 있다. 작가가 회사를 만든 게 아니라 회사를 만들었는데 작가가 된 거다. 제작을 하려고 기획개발을 하고 있었는데, 모든 영화사 그렇듯 어려움이 많았다. 기획은 계속해도 개발비용이 모자라니까. 또 비용을 아무리 들인다고 해도 결국 흥행을 해야 수익이 나지 않나. 궁지에 몰린 거지. 영화는 해야겠는 데, 어쩔 수 없으니 일단 써보자 했던 것이다. 내가 시나 소설을 쓰는 것도 아니고 감독님들이나 스탭들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것이란 믿음 때문에 덤볐던 것 같다.

-그래도 어찌됐든 성공한 작가가 됐다. 지금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까.
=그런 건 없다. 사실 <추노>에도 그런 건 없었다. 일단 내가 체계적으로 공부한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대중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건 없다. 다만, 대중이 지금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까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다음 작품은 무엇인가.
=드라마도 하겠지만, 일단 <서부전선 이상 없다>란 전쟁영화를 준비 중이다. 2년 전부터 기획한 영화인데, 해놓고 보니 올해가 6·25 60주년이더라. 미리 머리를 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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