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무라카미 하루키+트란 안 훙=?
2010-08-12
글 : 이화정

‘이건 기적이다.’ 트란 안 훙 감독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 상실의 시대>의 영화화에 착수하자 배급사인 도호는 즉각 놀라움을 표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키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1981년, 장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영화화한 오모리 가즈키 감독의 동명 영화가 처음. 그 뒤 <렉싱턴의 유령>에 수록된 단편 <토니 타키타니>를 각색, 미야자와 리에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토니 타키타니>(2004) 두편이 전부였다. 그간 하루키 소설은 인간 내면의 심리묘사, 일상에 대한 언어 위주의 표현이라는 특징 때문에 영화화를 어렵게 만든다고 인식돼왔다. 그러나 정작 실질적인 사정은 하루키 본인이 자신의 소설이 영화화되는 데 부정적인 탓이 더 크다. <노르웨이의 숲>을 영화화하고 싶어 하는 왕가위 감독 역시 까다로운 하루키의 허락을 구하지 못해 결국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중경삼림>을 연출했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다.

사정이 이렇고 보니 하루키 팬들에게 정식 판권 허락을 얻어 진행되는 트란 안 훙 감독의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소설의 디테일한 내면의 깊이를 과연 얼마만큼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가 관건. <노르웨이의 숲> 촬영을 끝낸 트란 안 훙 감독은 지난 6월 <GQ 재팬>과 가진 인터뷰에서 하루키가 “자유롭게 연출하라. 훌륭한 작품으로 만들어달라”고 했단 말을 전하며, 하루키의 열린 사고를 높이 샀다. 트란 안 훙 감독은 <노르웨이의 숲>에 매료돼, 그 느낌을 간직하기 위해 촬영이 끝날 때까지 하루키의 다른 소설을 읽지 않은 특이한 ‘골수팬’이기도 하다. 7년 구상 끝에 영화는 지난해 크랭크인 편집을 마치고 올 12월 일본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주연은 <데스노트>의 L을 연기한 마쓰야마 겐이치와 <바벨>의 기쿠치 린코, 신예 미즈하라 기코가 맡는다. 복잡다단한 소설의 깊이를 표현하고자 감독의 전작 중 가장 긴 러닝타임으로 만들어졌으며, 특히 라디오 외에 어떤 매체에도 사용되지 않았던 비틀스의 원곡도 사용된다.

한편 중국계 네덜란드 감독 양팅옌의 <디너 위드 무라카미>(2007)는 하루키에 관한 다큐멘터리영화다. ‘하루키와 저녁식사 같이 하실래요?’라는 감독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하루키의 작품을 좋아하는 다양한 일본인들이 카메라를 통해 하루키의 책을 읽고 감상을 전한다. 물론, 작품의 대상이 된 하루키는 이 작품과 관련한 인터뷰나 출연을 고사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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