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이거 팩토리>는 끔찍한 거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소녀의 이야기다. 일본에서 새 삶을 시작하기 위해 식당과 돼지사육장에서 일하며 돈을 벌던 주인공 핑은 이모의 ‘베이비 팩토리’ 사업에 동참한다. 말 그대로 아기를 낳아 파는 일. <코끼리와 바다> <물을 찾는 불 위의 여자>를 연출했던 말레이시아의 우밍진 감독은 어느 날 신문에서 미얀마 이주민을 대리모로 이용해 아기를 낳고 파는 사건을 접했고, “한 달이 넘도록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그 이야기를 영화화했다. 그는 소재의 흥미에 연연하지 않고, 주인공 소녀의 심상에 주목한다. “그녀는 미얀마인이 아니라 말레이시아인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매우 가난하지 않는 이상 막노동을 하지 않는다. 그런 일은 대부분 미얀마 이주민이 하는 데, 주인공 핑은 그들과 함께 막노동을 하는 처지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 세상이 그녀에게 얼마나 불편한 곳인지, 그리고 그녀가 왜 이토록 끔찍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우밍진 감독의 전작은 철저히 설계된 장면들로 채워진 영화였다. 조명과 미장센, 카메라의 각도가 그의 영화에 시각적인 리듬을 부여했다. 그에 비해 <타이거 팩토리>는 훨씬 빠르고, 때로는 거친 영화다. 핸드헬드로 따라잡은 소녀의 모습은 종종 망연자실한 느낌을 드러낸다. “내 스타일을 구축하기 보다는 색다른 시도를 하고 싶었다. 환경보다는 사람에 포커스를 맞추었고, 모든 걸 보여주기 보다는 필요한 것만 보여주려 했다.” 다음 작품에서는 또 다른 형식을 시도할 예정이다. 현재 준비중인 영화는 상업적인 검객영화이고, 이후 정글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만들 계획이다. 다만,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의 매력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영화 속 인물과 사건은 친구와 가족에게 들은 이야기, 본인이 느낀 인상들, 신문과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소식들로 빚어진다. 우밍진의 영화가 가진 에너지의 근원은 바로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