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살인을 하는 남자에 대한 집요한 쫓아가기 <오로라>
2010-10-11
글 : 이화정

<오로라> Aurora
크리스티 푸이유 / 루마니아, 프랑스, 스위스, 독일 / 2010년 / 181분 / 월드 시네마

부쿠레슈티 외곽. 중년 남자 비오렐은 버려진 트레일러 뒤에서 어느 가족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자동차에 소총을 싣고 달리는 그는, 모호한 생각에 시달리고 혼자만이 아는 목적지를 향해서 간다. 비오렐은 알 수 없는 자신의 주변인들을 만나게 되고 결국, 목적한 대로 비극적 결론에 도달한다. 자신을 지배하는 불안과 초조함으로 인해 결국 몰락의 길을 선택하는 남자의 자화상.

데뷔작 <라자레스쿠씨의 죽음>으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의 대상을 수상, 루마니아영화의 붐을 예고했던 크리스티 푸이유 감독의 작품. 전작이 응급실에서 죽어가는 남자에 대한 기술이라면, 이번 작품은 살인을 하는 남자에 대한 집요한 쫓아가기다.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에 적절히 유머를 결합했던 전작과 달리, <오로라>에선 그런 여유는 없어 보인다. 유럽의 변방, 황폐한 부쿠레슈티 외곽을 배회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집요할 정도로 세세하지만, 결국 설명할 길 없는 모호한 인간에 대한 탐구다. 푸이유 감독은 직접 주연인 비오렐을 연기하며, 비오렐의 복잡한 심경을 대변한다. 푸이유 감독이 에릭 로메르에게 헌정하는 <부쿠레슈티 교외의 여섯 가지 이야기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데뷔작에 대한 찬사를 다시 한번 입증하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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