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허허로운 집착이 낳은 허허로운 좌절 <처녀 염소>
2010-10-13
글 : 강병진

<처녀 염소> Virgin Goat
무랄리 나이르/인도, 프랑스/2010년/87분/아시아영화의 창

농부 칼리안에게는 딸이 둘이다. 하나는 부족한 지참금 때문에 결혼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미나이고, 다른 하나는 암컷 염소 라일라다. 미나보다 라일라를 더 아끼는 칼리안의 최대과제는 라일라의 짝짓기다. 어떤 멋진 수컷 염소들을 갖다놓아도 반응이 없자, 칼리안은 비아그라를 빻아 물에 녹여 라일라에게 먹이는 등 갖은 애를 쓴다. 마침내 라일라의 몸에 반응이 온 어느 날, 칼리안은 딸을 데리고 읍내로 향한다. 하지만 마침 높은 정치인이 마을을 방문하기로 하면서 칼리안과 라일라의 여정은 험난해진다. 가는 곳 마다 길을 막고, 가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면 구금당한다. 칼리안은 라일라의 짝짓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처녀 염소>를 연출한 무랄리 나이르 감독은 인도의 정치사회적 상황을 풍자해온 감독이다. 집안을 건사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는 아버지와 일이나 공부를 하기는커녕 TV를 껴안고 사는 그의 아들, 그런 남자들 때문에 악을 쓰며 살고 있는 그의 아내는 무랄리 나이르가 관찰한 지금 인도의 가족 풍경이다. <처녀 염소>는 여기에 마을을 억압하는 권력의 기운을 함께 묘사하면서 풍자의 대상을 풍부하게 만들고 있다. 이야기의 중심은 소시민에 대한 권력의 억압을 드러낸다. 하지만 만사를 제쳐두고 염소에 집착하는 칼리안의 모습 또한 우스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허허로운 집착이 낳은 허허로운 좌절을 보여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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