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밑의 삶> Chassis
아돌포 알릭스 주니어/필리핀/2010년/73분/아시아영화의 창
<트럭 밑의 삶>은 필리핀의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이라 할 만하다. 살 집이 없는 두 모녀, 노라와 사라의 거처는 트럭 밑이다. 누구 하나 도와주는 이 없지만 엄마 노라는 하나뿐인 딸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전부 한다. 하루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트럭 운전사들에게 몸을 팔고, 트럭이 부두를 떠나면 얼마 되지 않는 짐을 싸서 또 다른 트럭을 찾아 나선다. 언젠가는 남들처럼 따뜻한 곳에서 편안하게 잠을 자는 꿈을 꾸면서 말이다. 그러나 딸이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으면서 노라의 꿈은 산산조각난다. 분노로 가득한 노라의 복수가 시작되는 것도 이때부터다. <트럭 밑의 삶>은 항상 남성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필리핀 길거리 여성의 현실을 그린 극영화다. 그러나 감독의 관심은 감정의 구축보다 현실 고발 쪽이다. 극영화이지만 다큐멘터리 식 접근도 적지 않다. 시종일관 인물을 따라다니는 핸드헬드 카메라는 이야기에 현실성을 부여하고, 흑백화면은 상황을 냉정하게 묘사한다. 한편, 노라의 마지막 복수는 너무나 강렬해서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