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DVD] <트와일라잇> 팬이라면 절대로…
2011-02-25
글 : 김종철 (익스트림무비 편집장)

<뱀파이어 석> Vampire Suck (2010)



감독 제이슨 프리드버그, 아론 셀처
상영시간 82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 음성포맷 DD 5.1
자막 한글, 영어 / 출시사 이십세기 폭스
화질 ★★★★ / 음질 ★★★☆ / 부록 ★★

패러디영화의 특징. 취향을 많이 타는 관계로 좋거나 싫거나, 중간이 없이 극단적으로 나뉜다. 끔찍한 재앙의 상황은 패러디의 대상인 오리지널영화를 보지 않았을 때 벌어진다. 많은 장면들이 썰렁한 유머로 채워지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있으면 비웃음조차 던질 수 없게 된다.

<뱀파이어 석>은 최근 몇년 사이 쏟아져나왔던 <에픽무비> <데이트무비> 같은 쓰레기 수준의 패러디영화보다는 나은 편이다. 여러 편의 영화를 뒤죽박죽 섞기보다는 21세기 뱀파이어 무비의 슈퍼 트렌드를 주도한 <트와일라잇> 시리즈에 올인했다. 패러디 장면들이 고심의 흔적은 없어 보이지만 몇몇 장면이 주는 유쾌한 웃음은 인상적이다. 패러디의 대상을 잘 선택해서 얻은 이점이다.

영화의 배경부터가 유머다. 우울한 십대 소녀 베카가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이사를 온다. 그녀는 어머니가 유명 골프 선수인 타이거 우즈와 바람이 나면서 상처를 받고 외톨이가 되었다. 옛집으로 돌아왔지만 마을은 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뱀파이어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마을 주민들의 피를 쪽쪽 빨아대고, 학교 분위기도 적응하기 힘들다. 가는 곳마다 뱀파이어와 관련된 것들뿐이다. 베카는 운명처럼 학교의 킹카인 에드워드에게 한눈에 반하고, 둘은 금지된 사랑에 빠져든다. 여기에 늑대소년 제이콥이 슬며시 끼어들어 삼각관계가 시작되면서 마을은 난장판으로 변해간다. <뱀파이어 석>은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영화다. 애정이 녹아 있는 패러디가 아니라, 좋은 사냥감을 발견한 듯 노골적으로 가지고 노니 열받을 수도 있다. 햇빛을 받아 온몸이 다이아몬드처럼 빛을 발하며 고뇌하던 에드워드를 기억하는가? 여기선 소녀 팬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명장면이 아니라 추잡스럽게 변했다. 몸은 빛나지만 가장 집중되는 곳은 거시기다. 둥글둥글한 사이키가 거시기에 매달린 채 번쩍번쩍 빛을 내며 돌아간다. 눈을 감은 에드워드의 표정에선 토할 것 같은 역겨움만 가득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소녀들은 황홀경에 빠진다. 그런 가운데 에드워드가 최고니, 제이콥이 최고니 하며 소녀 팬들 사이에 치고받고 싸움이 벌어진다. 조금은 닮은 구석이 있는 배우들이 온갖 추잡한 짓거리들을 눈도 깜빡하지 않고 쏟아내고 있으니, 환상이 깨진다.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영원한 삶과 젊음을 가진 뱀파이어의 치명적 매력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제이콥의 근육은 무성한 털에 덮여 보이질 않고, 성장이 덜 되었다는 핑계로 변신을 하면 늑대가 아닌 치와와가 된다. <뉴문>에서 폭발적 매력을 과시했던 제이콥도 찌질 캐릭터로 전락했다. 이것이 팬들이 봐서는 안되는 이유다. 잘 만든 패러디영화도 적지 않은 장면들에서 추위를 타게 마련인데, <뱀파이어 석>이야 오죽할까. 그럼에도 <뱀파이어 석>에서도 흥미로운 요소는 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보며 궁금했던 것들을 나름 설명한다. <뉴문>에서 툭하면 웃통을 벗어젖히며 근육질의 몸을 과시하는 제이콥은 왜 그런 행동을 해야 했을까? 이 영화에서 자꾸 옷을 벗는 제이콥에게 베카가 왜 그러냐고 묻는다. 제이콥은 능청스럽게 출연 당시 10분에 한번씩 벗기로 했다고 대답한다. 믿거나 말거나 재미있는 답변이다.

오리지널영화보다 나은 점도 있다. 잘생기고 돈 많은 뱀파이어와 야성적 매력의 늑대소년이, 예쁘지도 않은 촌티 풀풀 나는 여자애에게 왜 목을 매는 것일까? <뱀파이어 석>의 여주인공은 개성은 없지만, 적어도 오리지널보다 훨씬 귀엽고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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