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역사상 가장 화려하게 만들어진 B급영화 <마셰티>
2011-04-20
글 : 김종철 (익스트림무비 편집장)

웃자고 만든 농담이 현실화되었다. <마셰티>는 쿠엔틴 타란티노와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익스플로이테이션 무비 <그라인드 하우스>에 포함된 가짜 예고편이었다. <마셰티>의 황당무계한 영상은 단숨에 화제가 되었다. 장편으로 보고 싶다는 팬들의 바람은 대니 트레조의 집요한 요구와 로드리게즈의 대담한 결정으로 영화화되기에 이른다. 제시카 알바, 린제이 로한과 같은 스타배우들과 로버트 드 니로와 돈 존슨, 스티븐 시걸까지 기꺼이 <마셰티>를 위해 조연으로 참여했다. 로드리게즈의 절친 대니 트레조는 스타를 거느리며 예고편처럼 진짜 주인공의 행운을 누린다.

마셰티(대니 트레조)는 연방수사관이다. 하지만 그의 외모는 불량배에 가깝다. 몸을 도화지처럼 사용한 문신들, 상대방을 쏘아붙이는 번들거리는 눈빛은 사냥을 앞둔 야수와 같다. 총보다는 큰 칼을 사용, 범죄자들을 난도질하는 마셰티는 마약밀매업자 토레스(스티븐 시걸)에게 가족을 잃고 복수를 결심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생계를 위해 선택한 청부살인마저 함정에 빠져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다.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 마셰티는 자신의 방식대로 토레스의 조직과 한판승부를 벌인다. 그리고 늘씬한 미모의 여성들이 든든한 조력자로 나선다. 대니 트레조가 연기한 마셰티는 시대를 역행하는 마초 캐릭터다. 그는 단순하다. 가족을 잃었지만 눈물은 한번이면 족하다. 내면의 고통은 관객이 알 수 없고, 하는 짓은 본능에 충실한 폭력과 섹스다. 모녀를 동시에 안고 스리섬의 쾌락을, 배를 갈라 창자를 꺼내 밧줄 대신 사용하는 박력 액션을 끊임없이 행한다. 이런 마셰티지만 미녀들은 쉽게 그와 사랑에 빠진다.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할 필요도 없다.

<마셰티>는 눈으로 보이는 것만 즐기는 영화다. 화끈한 액션, 훌러덩 벗는 여인들, 배우들의 쑥스러운 연기를 즐기다보면 어느새 엔딩이다. 덤으로 스티븐 시걸과의 장엄한 격투(?)는 21세기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명장면이다. <마셰티>는 축복받은 영화다. 제작비가 고작 1천만달러에 불과한데, 스타 배우들이 출연해 포장된 싸구려 B급영화를 위해 망가지고 헌신했다. 그들에게 돌아간 출연료가 얼마일지는 뻔하다. <마셰티>는 익스플로이테이션 무비의 영리한 재현이다. 화면 때깔부터 시나리오, 배우들의 엉성한 연기, 과장된 액션까지 그럴싸하게 포장을 했다. 일부러 이렇게 만들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마셰티>는 역사상 가장 화려하게 만들어진 B급영화의 한편으로 기억될 것이다. 부디 1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프로젝트로 쭉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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