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몇년동안 이렇게 착하고 건전한 영화는 본 적이 없다. <소중한 날의 꿈>
2011-06-22
글 : 김종철 (익스트림무비 편집장)

꿈 많은 여고생 이랑(박신혜)은 달리기를 잘한다. 그녀에게 달리기는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재능이지만 경기에서 뒤처지자 일부러 넘어지면서 친구를 속이고 자기 자신마저 속인다. 그 일로부터 달리기를 그만둔 이랑은 서울에서 전학 온 당찬 성격의 수민(오연서)과 우정을 나누고, 우주비행사가 꿈인 철수(송창의)와 애틋한 첫사랑에 빠지면서 변화를 겪는다.

<소중한 날의 꿈>의 시대적 배경은 모호하다. 인류의 달 착륙이 나오는걸 보면 60년대 말이고, 극장에서 상영하는 <러브 스토리>나 학생들의 교복을 보면 70년대다. 때론 80년대 초에나 있었던 일까지 <소중한 날의 꿈>은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들로 채워진다. 특정 시대가 중요해서 배경으로 삼기보다는 추억이 깃든 사건과 소소한 풍경들을 집어넣은 것 같다. 중요한 건 배경이 되는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도성장의 시대를 살아가는 감수성이 예민한 십대들에겐 꿈이 많다. 그 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이 필수다. 1등을 강요받는 현실에서 아이들은 자신감을 상실하고, 내가 꿈꾸었던 삶이 무엇인지를 잃어버린다. <소중한 날의 꿈>은 순수했던 시절의 소중한 꿈과 성장에 관해 얘기한다.

몇년 동안 이렇게 착하고 건전한 영화는 본 적이 없다. 순백의 세계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이 순수하다. 그래서 탈이다. 흥분하며 몰입할 만한 특별한 사건도 없고, 이야기의 호흡은 거북이처럼 느리다. 등장인물들은 누가 더 착하고 순진한지 경쟁을 벌일 정도다. 그러니 악인과 불건전한 사건이 들어갈 틈이 없다. “여자에게 처음 돈을 써본다”는 철수의 순진무구한 대사처럼 <소중한 날의 꿈>은 때 묻지 않은 순수성을 추구한다. 이런 갈등 없는 이야기 탓에 종종 지루함이 생긴다. 하지만 인물이 가지고 있는 진정성 때문에 아주 천천히 마음속을 파고들어온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영화를 통해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게 하는 경험은 대단히 값진 것이다.

<소중한 날의 꿈>은 장점이 많다. 닳고 닳아서 바닥이 났을 것 같은 감성을 톡톡 건드리는 멜로, 귀에 착 감겨오는 추억의 노래들, 10만장에 이르는 작화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풍경들이 돋보인다. 착한 에피소드들 가운데 돋보이는 것들도 있다. 이랑과 철수가 여행을 떠났을 때 등장하는 공룡발자국이다. ‘해남공룡발자국’은 극중 인물의 시대에서 한참 뒤에 발견되는데, 이런 에피소드는 과거의 향수에 호소하는 작품의 성격에 딱 어울리는 멋진 연출이다. 3D 입체영화와 CG가 일반화된 요즘 수작업 위주의 <소중한 날의 꿈>은 더 신선하게 다가온다.

타이밍도 적절하다. 최근 트렌드는 복고 열풍이다. 세시봉이 큰 감동을 선사했고, 80년대 여고 시절을 경쾌하게 그려낸 <써니>도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스피드와 자극에 익숙한 관객의 취향이 관건이 되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더 가치가 있다. 아무쪼록 작품의 완성에 쏟은 노력과 뜨거운 열정만큼 많은 관객과 뜨거운 소통을 하며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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