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감정이 움직일 만한 드라마가 없다. <그린랜턴: 반지의 선택>
2011-06-29
글 : 김종철 (익스트림무비 편집장)

DC 코믹스의 인기 히어로 <그린랜턴: 반지의 선택>(이하 <그린랜턴>)이 블록버스터영화로 돌아왔다.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지는 히어로지만 전 우주를 커버하는 무한 능력과 멋진 악당들, 슈퍼히어로 가운데 가장 비극적인 에피소드를 가진 덕분에 코믹북 팬들에게 높은 인기를 누리는 캐릭터다.

마틴 캠벨이 메가폰을 잡은 <그린랜턴>은 팬들의 많은 기대를 안고 시작한다. 우주는 총 3600개의 섹터로 나눠지며 각각의 행성을 수호하는 그린랜턴 군단이 있다. 이들은 엄청난 능력을 지닌 파워링의 도움을 받아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며 악을 물리친다. 힘의 원천은 ‘의지력’이다. 한편 패럴렉스와의 결전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섹터 2814인 지구로 떨어진 그린랜턴 아빈 수르는 반지로 하여금 후계자를 찾도록 한다. 파워링이 선택한 인물은 엉뚱하게도 책임감이 없고 제멋대로인 전투기 조종사 할 조던(라이언 레이놀스)이다. 마틴 캠벨 영화는 1대 그린랜턴인 앨런 스콧을 생략하고, 2대인 할 조던을 선택했다. 가장 인기있는 그린랜턴이자 세계관 구축에 유리하니 당연하다. 탄생 비화는 원작에 충실하며, 악당의 묘사는 각색을 거쳤다. 흉측한 외모로 변해 할 조던을 괴롭히는 헥터 해먼드는 능력을 제외하곤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린랜턴>은 마블의 <아이언맨>과 유사하다. 제멋대로인 주인공의 성격과 영화 곳곳에 배치된 유머들의 성격은 <아이언맨>의 것이다. 이 선택은 실패로 보인다. 그린랜턴의 능력은 무한대에 가깝다. 파워링은 상상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고, 가공할 만한 진짜 위력은 이런 능력자가 한명이 아닌 수천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초월적 능력의 히어로가 반드시 진지하고 무게를 잡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공감할 수 있는 배경 스토리와 꼼꼼한 성격 묘사가 필요하다. 할 조던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이란 아픈 과거를 지녔지만 그의 말과 행동은 이해하기 힘든 것들 투성이다. <스파이더 맨>의 피터 파커가 겪는 삼촌의 죽음과 관련한 에피소드와 비교하면 분명해진다. 전자는 배경 스토리가 주는 재미나 아픔이 없는 반면, <스파이더 맨>은 “큰 힘은 큰 책임이 따른다”는 교훈과 히어로의 내면적 성장을 훌륭하게 연결해 묘사했다. 안타깝게도 <그린랜턴>은 감정이 움직일 만한 드라마가 없다. 원작의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인 캐롤은 개성을 상실했고, 할 조던과의 로맨스는 가면을 언급하는 유머를 제외하면 심심하기 짝이 없다. 남은 것은 액션인데, 이것 하나는 봐줄 만하다. 하지만 녹색으로 도배된 비주얼은 영화보다는 게임에 더 잘 어울려 만족도는 떨어진다.

<그린랜턴>은 평범한 슈퍼히어로영화다. 막대한 자본력으로 코믹북의 세계를 멋진 비주얼로 재구성했지만 개성이 모자란다. 라이언 레이놀스가 연기한 할 조던은 경박스럽고 존재감이 없다. 마틴 캠벨은 <아이언맨>을 재현하고 싶었겠지만 토니 스타크가 되기엔 역부족이다. 드라마는 지루하고, 클라이맥스의 액션은 싱겁다. 원작 팬들에겐 여러모로 아쉬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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