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이스터 섬의 비밀 지하의 화려함은 기대이상의 즐거운 구경거리 <바니 버디>
2011-07-20
글 : 김종철 (익스트림무비 편집장)

이스터 섬에는 인간이 모르는 비밀 장소가 있다. 모아이 석상 입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면 토끼가 다스리는 신비한 세상이 존재한다. 뛰어난 지능을 갖추고, 인간의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토끼들은 병아리들을 노예로 부리면서 매년 부활절 행사를 위해 초콜릿 달걀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배달한다. 이 임무는 오직 바니돌만이 할 수 있고, 대를 물려 이어간다. 하지만 다음 대를 이어야 할 토끼 E.B는 그 일을 하기엔 너무 따분하다. E.B는 인간 세상에서 드러머를 꿈꾼다. 결국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고 할리우드로 떠난다. 익숙한 스토리다. 특히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한 영화들을 자주 써먹는다. 재미있을 만한 설정은 프레드라는 청년이다. 취업을 못해 늘 집에서 구박받는 이 잘생긴 청년이 E.B를 만난 뒤 바니돌이 되어 달걀을 나눠주고 싶어 안달이다. 토끼는 인간의 일을 원하고, 인간은 토끼의 일을 애타게 갈구한다. 둘은 끊임없이 사고를 치면서 절친으로 발전한다.

<바니 버디>는 이야기 소재로 보면 캐릭터가 중요한 영화다. 털이 복슬복슬한 E.B는 마냥 귀엽고, 핑키 특공대의 토끼들은 은근 섹시하다. 공장에서 죽도록 일만 하는 병아리들은 손에 쥐고 터트리고 싶을 만큼 귀여운 존재들이다. 달걀을 직접 나눠주고 싶은 욕망에 쿠데타를 일으킨 병아리들의 리더 카를로스는 유머가 있다. 기대 이상의 기술적 완성도를 뽐내는 이스터 섬의 비밀 지하의 화려함도 즐거운 구경거리다. 하지만 장편영화가 화려한 비주얼과 캐릭터의 매력만으로 러닝타임을 모두 채울 순 없다. <바니 버디>는 뚜렷한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캐릭터를 좀더 생동감 넘치게 만드는 극적인 사건들이 없다. 고민과 갈등이 너무 쉽게 해결되는 단순함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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