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로의 귀환> Return to Burma
미디 지 | 미얀마, 대만 | 2011년 | 84분 | 뉴 커런츠
영화는 타이완 타이베이에서 시작된다. 신년을 맞아 건설현장의 업무가 마감되고 노동자들은 급여를 받는다. 대부분 이주노동자들인 이들은 고향에 갈 생각에 들떠있다. 이번에 고향인 미얀마에 정착할 예정인 신흥은 여느 때보다 부푼 마음으로 귀향길에 오른다. 영화는 타이베이에서 미얀마 양곤을 거처 작은 마을 라히오까지 가는 신흥의 길고 지루한 여정을 보여준다. 12년 만에 고향 땅을 밟는 그에겐 모든 것이 신선하지만 차선도 없고 표지판도 없는 라히오의 좁고 혼잡한 길처럼 고향의 현실은 막막할 뿐이다. 어렵사리 고향집에 도착한 신흥을 맞이하는 엄마의 담담한 태도는 미얀마를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과 흡사하다. 돌아온 아들이 반갑기는 하지만 마냥 흥을 내기에 삶은 너무 고단하다. 새로 수확한 과일을 먹으며 마치 어제 헤어졌던 사람들처럼 대화를 나누는 모자를 긴 시간 담아낸 화면이 인상적이다.
소위 금의환향이랄 할 수 있는 신흥은 마을 주민들 앞에서 성공에 대해 연설을 한다. 노력해야 성공한다는 그의 연설이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건전가요는, 이후 신흥의 발걸음을 뒤쫓다 보면 왠지 공허하게 느껴진다. 영화의 많은 시간은 신흥이 정착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행보에 할애한다. 한때 시를 썼던 친구는 이미 시 같은 걸 잊고 있고, 여동생은 온갖 역경 끝에 중국에 팔려가 이제 겨우 살만한 상태라는 정보를 신흥과 더불어 관객이 공유하면서 미얀마의 실정을 알게 된다. 가전제품 가게, 땅콩 가공 공장 등 할 만 한 일을 물색하기 위해 동네 곳곳을 다니며 신흥이 가장 많이 묻는 말은 “얼마가 필요한가?”이다. 신흥이 건설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동료 유족에게 위로금을 전달하는 장면에서 신흥의 무사 귀환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씁쓸하게 직면하게 된다. 이주노동자의 노동의 대가가 생명을 담보로 지불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