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가난한 약자들을 통해 보여주는 피상적인 대리만족 <타워 하이스트>
2011-11-16
글 : 김태훈 (영화평론가)

뉴욕 최고의 상류층들이 살고 있는 ‘타워’의 지배인 조시(벤 스틸러)와 동료들은 힘들게 일해서 모은 돈과 연금을 타워의 펜트하우스에 살고 있는 억만장자 미스터 쇼에 맡기고 투자한다. 하지만 미스터 쇼는 사기와 횡령으로 돈을 날리고, 가택연금에 처하게 된다. 미스터 쇼의 사기와 거짓을 알게 된 조시는 미스터 쇼를 찾아가 분풀이를 하지만 그 일로 오히려 고소를 당한다. 미스터 쇼의 집에 2천만달러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안 조시는 떼인 돈을 되찾기로 결심하고, 2천만달러를 훔치기 위해 팀을 만든다.

얼핏 보면 <오션스 일레븐>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들이 아파트에 침입하는 장면을 보면 <오션스 일레븐>과는 정반대로 완전히 아마추어 도둑이라는 느낌이 물씬 난다”는 감독의 말처럼 그들은 절도 전문가하고는 거리가 멀다. 조시와 동네에서 자주 마주친 덕분에 팀에 합류하게 되는 유일한 범죄 유경험자인 슬라이드(에디 머피)를 제외하곤 그들은 일하고 있는 타워의 속사정만 훤히 아는 생활형 전문가들이다. 아이의 출산 때문에 어쩔 줄 모르는 소심한 매니저에 파산 직전에 있는 전직 월스트리트 증권 중개인, 우왕좌왕 신참 벨보이, 조시만 보면 남편을 구해달라는 흑인 여직원까지 영화는 도통 범죄를 저지르지 못할 만한 서민들이 부에 맞서 보기 좋게 악을 벌하는 성공담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가난한 약자들의 성공담을 통해 대리만족을 불러일으키고 그런 대리만족을 위해 다양한 캐릭터를 설정하고 그들의 삶을 보여준다. 하지만 다채로운 캐릭터에 비해 그들의 다난한 삶의 모습들이나 그 속에서의 갈등과 고뇌는 드러나지 않으며, 캐릭터의 특성들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다. 피상적인 캐릭터 설정 속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그들이 알고 있는 많은 정보뿐이다. 감독은 치밀한 계산 대신 캐릭터들의 좌충우돌을 선택했지만 그것을 영화적 재미로 우려내지 못했다. 결국 통쾌함은 반감되고 에디 머피는 혼자서만 쉴새없이 떠들어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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