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매력적인 지구 침공 가이드를 원해 <다크 아워>
2012-01-04
글 : 김종철 (익스트림무비 편집장)

루크(에밀 허시)와 벤(맥스 밍겔라)은 벤처 사업가다. 그들은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로 백만장자를 꿈꾸며 계약을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한다. 하지만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를 체험하고 실의에 빠진 채 클럽에서 술을 마신다. 미국에서 여행 온 두명의 아가씨와 훈훈한 분위기가 무르 익어갈 즈음, 클럽의 전기가 별안간 끊어진다. 밖으로 나간 사람들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정체불명의 외계인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모스크바는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또다시 외계인의 침공이다. 지구인들은 저항 한번 제대로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한 뒤 협동과 단결로 역공에 나선다. 인류는 강하고 지구 정복은 만만한 게 아니라는 교훈을 남기며 영화는 끝난다. 이런 영화들은 늘 같은 패턴이다. 소재가 반복되면 식상하다.

<다크 아워>는 처음과 중간, 그리고 끝이 같다. 15분 정도는 제법 흥미롭다. 보이지 않는 외계인의 존재가 무시무시하다. 그들과 접촉하면 인간은 순식간에 한줌의 재로 변한다. 30분이 넘어가면 뭔가 이상하다. 지직 지직~ 펑펑의 반복이다. 외계인은 인간을 가루로 만드는 재주 말고는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지구인의 역공은 어이가 없으며, 캐릭터는 바보거나 찌질하거나 민폐를 끼치는 오합지졸의 파티 구성이다. <다크 아워>는 50~60년대 B급 SF영화의 감성을 그럴싸하게 흉내낸다. 하지만 제작비가 4천만달러에 이른다. 그냥 흉내가 아니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예산이다. 구식 SF영화들은 조악한 특수효과일지라도 인상에 남는 캐릭터나 파괴의 미학이 있었다. <다크 아워>는 가루내기 기술 외엔 볼 것이 없다. ‘매력적인 지구 침공 가이드’ 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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