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유쾌한 일본판 <몽정기> <가슴 배구단>
2012-01-18
글 : 신두영

1979년 일본 북규슈에 사는 중학교 3학년 다섯 남자들은 오로지 이것에만 관심이 있다. 바로 가슴이다. 다섯명 모두 남자 배구부 소속이지만 배구는 전혀 해본 적이 없다. 후루야 미노루의 <이나중 탁구부> 주인공들이 배구부로 옮겼다고 해도 믿을 법한 이 아이들은 부실에 모여 도색잡지 보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그래서 이 한심한 배구부는 ‘발리볼’부가 아닌 ‘바보’부라 불린다. 이렇게 유명무실한 배구부 아이들이 투지에 넘치는 아이들로 변하는 계기가 생긴다. 새로 부임한 미카코 선생님(아야세 하루카)이 배구부 지도교사가 되면서 아이들과 엉뚱한 약속을 했다. 대회에 출전해서 1승을 하면 가슴을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가슴 배구단>은 유쾌한 일본판 <몽정기>다. 중학교 남학생들의 성적 호기심을 표출하는 에피소드가 웃음을 담당한다. 이웃 중학교 배구부에 전략 탐사를 갔다가 레오타드를 입은 리듬 체조부의 등장에 넋을 놓기도 하고, 힘든 훈련으로 지칠 때는 가슴의 일본어인 “오빠이~ 오빠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서로를 응원한다. 당당하게 가슴을 보여달라고 선생님께 일제히 머리를 숙이는 아이들을 결코 미워하기는 어렵다. 한편 <가슴 배구단>은 스포츠물의 전형성을 드러내며 작은 감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아이들은 어느새 배구를 통해 사춘기의 좋은 추억을 만들고 가슴을 보기 위한 열망은 순수한 성취의 즐거움으로 전이된다. <가슴 배구단>은 이 두 줄기에 미카코의 상처까지 끌어들인다. 아이들과의 약속이 학교에 알려지면서 미카코는 진정한 교사의 역할에 대해 고민한다. 여러 줄기가 얽혀 있는 <가슴 배구단>은 각 요소들을 적절히 안배하며 균형을 유지한다. 지나치게 감동을 쥐어짜내기보다는 끝까지 유쾌한 농담을 버리지 않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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