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한국 블록버스터영화 제작 10계명② - 마음을 움직여야지…
2012-02-21
글 : 김종철 (익스트림무비 편집장)
기술적 도전만으로는 부족하다
<터미네이터2>는 비주얼만이 아닌 잘 짜인 이야기로 관객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한국 블록버스터영화 두편이 흥행에서 제대로 참패했다. 윤제균이 제작하고 김지훈이 감독한 <7광구>와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였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첫째 뛰어난 흥행 감각을 소유한 제작자와 감독이 만들었다는 점, 두 번째는 1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제작 규모, 세 번째는 특수효과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고, 마지막으로 상대적으로 부실한 이야기라는 지적을 받았다는 것이다. <7광구>는 괴물영화를 표방했지만, 특수효과 말고는 괴물영화들의 뼈대를 이루는 이야기가 없었다. 왜 괴물이 생겼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식으로 때워버린다. 관객이 괴물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속속들이 궁금한 게 아니다. 비현실을 다루는 영화라는 세계에 몰입할 때는, 영화가 구축한 세계관을 감안하고 지켜본다. 최소한의 납득할 만한 설명만 따라주면 만족한다. 쌍심지를 켜고 욕을 해대는 <디 워>조차도 이무기의 배경 스토리는 구축하지 않았던가.

여기 모범적인 사례를 보자. 봉준호 감독의 <괴물>의 첫 장면을 떠올려보라. 화학 독극물이 한강으로 유입된다. 중요한 건 독극물에 의해 한강의 생태계가 변화되리란 자연스러운 상상으로의 연결이다. 괴물의 세계관이 단번에 구축된다. 어떤 미친 자가 영화를 보면서 독극물 하나하나의 성분과 약효를 따지고 들겠는가. <괴물>의 도입부는 짧지만 괴물의 탄생 배경과 성장을 영리하게 처리했다. <7광구>는 마치 포토숍을 처음 만지며 신기한 나머지, 결과물은 안중에도 없이 이것저것 툭툭 건드려보는 느낌이다. 특수효과로 만들어진 괴물이라도 생명을 부여했으면 그 순간부터 배우가 되어야만 한다. <7광구>는 괴물은 없고 비주얼만 존재하는 영화였다.

<마이웨이>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할리우드와 경쟁한다며 비주얼을 앞세웠지만, 글쎄다. 관객이 할리우드영화에 열광하는 이유가 정말 비주얼이라고 생각한 건가? <마이웨이>의 전쟁은 그 장면만 따로 떼어서 보면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정도의 기술력이다. 한데 <라이언 일병 구하기> <블랙 호크 다운> 같은 톱클래스 전쟁물과 비교를 하는 것은 코미디를 넘어서 마음이 아플 정도다. <마이웨이>가 자랑하는 전쟁장면들은 그림만 그럴싸하지 감정이 없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전쟁의 광기와 공포를 오마하 해변 전투에 쏟아부었다. 전쟁을 신나는 오락물로 여기던 관객조차 얼어붙을 정도로 생생하다. 이도 아니면 <람보>처럼 액션의 쾌감을 주든가. 전쟁영화는 물량공세가 전부는 아니다. <새벽의 7인>의 라스트는 권총만으로 잊을 수 없는 여운을 주지 않았던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비주얼이 아닌 잘 짜인 이야기였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블레이드 러너> <터미네이터2> 같은 영화들은 비주얼만 앞세운 게 아니다. 이 영화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심오한 주제와 철학을 담았고, 손에 땀을 쥐는 박진감 넘치는 액션의 조율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제아무리 뛰어난 비주얼도 10분을 넘어가면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감정이 결여되어 있으면 쉽게 흥미를 잃어버린다. 하물며 2시간이 넘는 영화를 한자리에서 보는데, 비주얼만 앞세운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한국영화의 기술력은 엄청나게 발전했지만, 기술을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이는 것은 갈 길이 멀다. 마이클 베이,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들이 가진 비주얼의 쾌감도 따라가지 못하는데, <라이언 일병 구하기> <씬 레드 라인>이 웬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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