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통신원]
[뉴욕] 인간적인 세라 페일린
2012-03-28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 비하인드 스토리 다룬 <HBO>의 <게임 체인지>

세라 페일린이 부통령이 되면 세상이 멸망할 거라 믿었던 사람들이 그녀를 동정하게 됐다면 믿을 수 있을는지. 최근 미국 유료 케이블 채널 <HBO>에서 방영된 영화 <게임 체인지>를 본 시청자와 평론가들의 반응이다.

<게임 체인지>는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화제를 모았던 공화당 대선 후보 존 매케인이 당시 정계 무명이었던 알래스카 주지사 세라 페일린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하면서 벌어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다룬 것. 존 하일먼과 마크 핼퍼린이 쓴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했고, 제이 로치가 연출, 대니 스트롱이 각색했다. 줄리언 무어가 세라 페일린 역을, 에드 해리스가 매케인을, 우디 해럴슨이 캠페인 전략전문가 스티브 슈미트를 연기해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특히 무어는 코미디언 티나 페이가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이하 <SNL>)에서 풍자한 이미지로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됐던 페일린을 보다 인간적으로 표현해 큰 호응을 받았다.

방영 전부터 미디어 보도는 물론 트위터에서도 이슈가 됐던 <게임 체인지>는 첫 방영 때 230만명이 시청했으며 이후 3회에 걸친 재방영을 통해 360만명까지 시청했다. 이는 <HBO>의 오리지널 영화로 8년 만에 가장 많은 시청자 수를 기록한 것이다.

<게임 체인지>는 캠페인 당시 문제가 됐던 페일린의 가정사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에 원작은 물론 많은 사진과 비디오 리서치 자료, 연출가와 작가의 캠페인 관계자 직접 인터뷰 등으로 정확도를 기했다. 또 실제 뉴스와 인터뷰, 정당대회, <SNL> 자료 등을 작품에 이용했으며, 일부 장면에서는 극중 배우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삽입해 단순한 자료화면이 아니라 당시 캠페인을 지켜봤던 우리 모두의 기억을 되살리게 했다.

한편 세라 페일린과 존 매케인은 <게임 체인지>에 대해 영화 방영 자체를 무시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시청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페일린은 오바마 대통령이 연예계에 지지자가 많기 때문에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로치 감독은 “작품을 비난하려면 적어도 시청은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하지만 동명의 책과 미리 공개된 트레일러를 보고 그런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것도 이해가 간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스티브 슈미트는 최근 <MSNBC>와의 인터뷰에서 “<게임 체인지>가 상당히 정확하게 당시를 표현했다”라며 극찬했다고 한다.

“티나 페이의 페일린 캐릭터와 거리를 뒀다”

<게임 체인지> 감독 제이 로치 인터뷰
-티나 페이의 세라 페일린 패러디로 자칫 캐리커처가 될 수 있었는데, 호평을 받았다.
=그런 걱정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워낙 각인된 패러디였잖나. 그래서 작품을 준비할 때 티나의 페일린 캐릭터와 거리를 둔 것이 사실이다. 대신 원작과 리서치한 사진과 비디오 등 실제 기록을 참조했다.

-줄리언 무어와 에드 해리스, 우디 해럴슨이 연기파 배우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의도한 방향을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
=우선 캐스팅이 워낙 완벽했기 때문에 세트에서 내가 할 일은 별로 없었다. 실존 인물, 그리고 바로 몇해 전의 이야기를 작품화한다는 데 대한 위험부담을 너무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본능이 뛰어난 배우들이라 그들이 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방해하지 않은 거다.

-세라 페일린 연기를 위해 특별한 방법이 있었나.
=<게임 체인지>는 다큐멘터리가 아니기 때문에 드라마틱한 표현도 있다. 하지만 세라 페일린에 최대한 근접해 표현하기 위해 줄리언과 나는 리서치 자료를 이용하는 한편 페일린이 직접 자신의 책을 낭독한 오디오북을 많이 참조했다. 여러 번 반복해서 들었는데 캐릭터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번 작품을 연출하면서 페일린의 지지자를 염두에 두었는지.
=가까운 친척 중에서도 페일린의 팬이 많다. 영화 제작 소식이 발표된 뒤 친척들에게 “페일린을 괴롭히지 말라”는 이메일을 받기도 했다. 페일린이 주지사 시절 주민들을 위해 노력한 정책도 있고, 다섯 아이의 엄마로 억척스럽게 노력한 것들을 아직도 높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극중에서 매케인이 욕설하는 장면이 많다. 덕분에 더 인간적으로 보인다.
=나 역시 공감한다. 처음에는 원작 작가들에게 책 많이 팔기 위해 과장한 것 아니냐고 물어봤는데, 많이 줄인 거라더라. 매케인은 전투기 조종사 출신이고, 군인 가정에서 자랐으니 그렇게 욕을 하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매케인 말고도 워싱턴에 욕 잘하는 정치가들이 많다.

(위 인터뷰는 <CNN>과 엔터테인먼트 뉴스 웹사이트인 ‘HitFix’의 기사 내용에서 발췌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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