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힘있고 생생한 캐릭터 <너무 밝히는 소녀 알마>
2012-04-25
글 : 김성훈

노르웨이의 작은 마을에 사는 17살 소녀 알마(헬레네 베르그스홀름)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밝힌다’. 알마는 엄마가 일하러 간 낮 시간 동안 폰섹스 서비스를 이용하질 않나, 학교 킹카 아르투르(마티아스 미렌)가 매일 밤 자신의 방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질 않나, 지나가는 남자를 한눈에 ‘스캔’하는 등 성적 호기심이 왕성하다. <너무 밝히는 소녀 알마>는 호르몬 분비를 주체하지 못하는 알마의 사춘기를 그린 영화다.

기회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찾아왔다. 아르투르가 파티 중 잠깐 밖에 나간 알마를 따라 나온 것이다. 짜릿한 전기를 주고받던 중 아르투르는 자신의 물건을 꺼내 알마의 허벅지에 갖다 댄다. 아르투르의 변태 행각에 충격을 받은 알마는 친구들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아르투르는 친구들에게 알마의 말을 부정한다. 평소 밝히는 걸로 유명한 알마의 말이 친구들의 귀에 들어갈 리 없다. 이때부터 아르투르를 모함한 죄로 알마의 왕따 생활이 시작된다. 친구들과 마을 사람들은 알마를 이렇게 부르게 된다. “거시기 알마, 거시기 알마.”

사건은 성 관련 에피소드로 시작되지만 감독은 ‘성적 모험담’이나 ‘성적 욕망’보다 ‘사춘기 소녀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데 집중한다. 알마와 그의 친구들은 알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참 많다. 그들이 17년 동안 지긋지긋하게 살아온 고향을 향해 매번 ‘뻑큐’를 날리는 것도, 알마의 친구 사라루가 미국 텍사스로 건너가 사형제도폐지운동을 하고 싶은 것도,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알마가 손님과의 뜨거운 섹스를 상상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살아가는 환경이 다를 뿐, 노르웨이의 알마나 지구 반대편의 한국 청소년들이나 하고 있는 고민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영화는 아무 이유 없이 반항하고, 욕망을 추구하는 사춘기 소녀만 그려내지 않는다. 행동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라고 했던가. 현실을 올바르게 받아들이고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태도도 함께 강조한다. 영화의 후반부, 알마를 이해하고, 알마에게 다시 손을 건네는 알마 친구와 가족이 제법 흐뭇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 점에서 이 영화는 발칙하면서도 순수한 사춘기 소녀의 성장기를 따뜻하게 그려낸다.

특별한 사건 없이 캐릭터에 의지하는 이야기인 만큼 배우의 역할이 관건인 영화다. 놀랍게도 이 영화가 데뷔작인 헬레네 베르그스홀름은 아슬아슬한 사춘기 소녀 알마를 제법 사랑스럽게 표현해낸다. 덕분에 영화는 제법 힘있고, 생생하다. 야니케 시스타드 야콥센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한 <너무 밝히는 소녀 알마>는 지난해 노르웨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2011년 트라이베카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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