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장 피에르 주네가 흠모했던 영화들의 흔적을 담아내다 <믹막: 티르라리고 사람들>
2012-05-09
글 : 김종철 (익스트림무비 편집장)

<인게이지먼트> 이후 5년 만에 장 피에르 주네가 신작을 발표했다. 제작연도가 3년 전인 2009년이니 신작이란 표현이 어색하다만, 뒤늦게나마 극장에서 주네의 영화를 볼 수 있어 다행이다. <믹막: 티르라리고 사람들>은 독특한 상상력과 파격적인 스타일로 자신만의 영화세계를 열어온 주네만이 만들 수 있는 영화다. <믹막…>의 주인공은 바질(대니 분)이다. 그는 어린 시절 지뢰 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 외로운 성장기를 보낸 바질은 성인이 되어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한다. 거리에서 일어난 총격전에 휘말려 머리에 총알이 박힌 채 구사일생으로 살아남게 된 것. 하지만 먹고살 길이 막막하다. 직장에서 잘린 바질은 거리 공연을 해 밥벌이를 하게 되고 그러던 어느 날 거리에서 만난 남자를 따라가 ‘티르라리고’의 사람들을 만난다. 기괴하지만 착한 마음을 가진 이들은 바질을 기꺼이 동료로 받아들이고, 그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얼마 뒤 바질은 자신의 머릿속에 박힌 총알과 아버지를 죽인 지뢰를 만든 무기제조회사를 우연히 알게 되고 복수를 결심한다. 바질의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바질이 펼치는 복수의 과정은 설득력이 없고, 비현실적이다. 바질과 그의 동료들이 벌이는 작전은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들 장난처럼 순진하다. 중요한 건 주네가 바질의 편이라는 점이다. 세상에서 가장 멍청하고 순수해 보이는 사람들에 의해 사악한 무기상들의 야심이 산산조각이 난다. 이들의 대비가 흥미롭다. 티르라리고 사람들은 고철이나 쓰레기를 활용해 행복과 기쁨을 주는 도구를 만들고, 무기상이 만드는 건 오직 죽음뿐이다. <믹막…>은 주네의 상상력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매력적인 영화다.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자국 프랑스의 치부를 드러내며 신랄한 비판과 풍자를 가한다. 바질의 평범한 가정에 불행을 가져다준 것은 무기제조회사들이 만든 치명적인 살상무기다. 프랑스는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에 오랫동안 무기를 팔아온 세계적인 무기 수출국이다. 이것은 프랑스의 숨어 있는 또 다른 얼굴이다. 예술과 낭만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주네는 무기산업으로 피해를 입은 바질을 앞세워 비판의 날을 세우며, 사르코지 대통령까지 끌어들인다.

<믹막…>은 소재의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주네 특유의 유머로 무거운 분위기를 제거했다. 그는 슬랩스틱 코미디에 특유의 상상력을 결합하고, 자신이 흠모했던 영화들의 흔적을 정성스레 담아냈다. <빅 슬립> <옛날 옛적 서부에서>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등 <믹막…>에 영향을 준 영화들을 발견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바질을 연기한 대니 분은 <웰컴 투 슈티>로 프랑스 박스오피스를 뒤흔든 감독이자 배우이며, 주네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도미니크 피뇽, <언터처블: 1%의 우정>의 주역인 오마 사이, 장 피에르 마리엘이 영화를 빛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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