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잔혹한 세상의 이면 <공모자들>
2012-08-29
글 : 김태훈 (영화평론가)

장기밀매 조직의 현장 총책이자 최고의 실력자인 영규(임창정)는 3년 전 중국으로 가는 배에서 작업을 하던 중 실수를 한다. 살아 있는 사람을 마취하고 배를 갈라 장기를 꺼내는 일을 하는 외과의사 경재(오달수)가 술에 취해 피해자를 놓치고 마취가 풀린 피해자가 배에서 난동을 부리자 같이 일하던 영규의 부하가 일을 무마하기 위해 그 피해자를 안고 바다로 뛰어든 것이다. 친한 형이자 동료를 잃은 영규는 그 뒤 장기밀매에서 손을 뗀다. 빚은 쌓여가고 장기밀매로 큰돈을 챙기려는 설계자 동배의 방해로 도모하던 일도 무산되자 결국 마지막으로 장기밀매를 하기로 결심하고 중국으로 가는 배에 오른다. 대상은 남편 상호(최다니엘)와 함께 여행을 가는 하반신장애인 채희(정지윤), 그녀의 혈액형은 희귀한 RH-다. 영규 일당은 채희를 납치하고 상호는 채희를 찾아 헤맨다.

영화는 2009년 중국으로 여행을 간 신혼부부의 아내가 납치되었다가 두달 뒤 장기가 모두 사라진 채 발견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인육매매와 장기밀매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오원춘 토막살인사건이나 중국 원정 장기이식 등 우리 사회의 병폐를 영화의 소재로 끌고 와 수면 위로 드러낸다. 먼저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그러한 사회현상에 대한 고발이다. 영화는 실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는 자막으로 시작해서 마치 사건에 대해 뉴스 보도를 하듯이 마무리한다. “잔인한 현실의 이면을 드러내 현대사회의 병폐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제기하고, 도덕 불감증의 시대에 생계형 악인을 통해 인간의 존엄함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김홍선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우리 삶을 지배하는 사회 시스템의 잔인한 이면을 고발한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 하지만 장기매매라는 현상과 그것의 고발에 치중한 나머지 더 나아가는 데는 한계를 보인다. 동배에 대해 영규는 양아치라는 말을 반복한다. 영화가 보여주려는 것은 영규가 양아치가 아니라는 것일진대, 영화가 초점을 맞추는 곳은 영규라는 인물이 아니라 영규가 벌이는 장기매매이다. 삶의 무게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듯한 임창정의 표정은 발군이지만 영규의 고민과 고뇌는 약하고 매표원 유리(조윤희)와의 러브라인도 사족처럼 느껴진다. 잔혹한 세상의 이면을 보여주려는 듯 잔인한 장면이 몇몇 나오지만 피해자의 절박한 감정은 스쳐지나가는 장면에 묻힌다. 영화는 잔인한 세상의 비밀이 드러나는 후반 반전에 중심을 맞추지만 반전은 급작스럽고 극적 강박처럼 느껴진다.

영화는 이러한 약점들에도 불구하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장기밀매는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다. 나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심장이 돈을 위해 도려내지는 섬뜩함, <공모자들>은 바로 그것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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