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쓰나미가 남긴 상흔 <더 임파서블>
2013-01-16
글 : 이기준

<더 임파서블>은 블록버스터 재난영화에 대해 갖게 마련인 편견을 무색하게 하는 작품이다. 즉, 이 영화는 ‘평범한 가장이 가혹한 역경에 맞서 영웅적인 용기와 희생정신을 발휘해 사람들을 구해내는’ 영화가 아니다. 스페인 출신의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은 신적인 무자비함을 지닌 자연재난 앞에서 육체적, 심리적으로 처참하게 박살난 일가족을 보여준 뒤 그들의 생존과 재회를 가까스로 허용한다. 영화는 장르의 법칙과도 같은 ‘극적인 위기 탈출’의 서사에서 탈피하여, 쓰나미가 남긴 상흔에 고통스러울 만큼 가깝게 밀착한다. 때문에 영화에는 안일한 휴머니즘도, 억지스런 감상도 없다.

영화는 2004년 동남아 일대의 해안을 덮친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한 가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가상의 인물들 역시 실제로 재난을 당한 사람들처럼 남을 돕기에는 너무나 철저하게 무기력하다. 세 아이의 엄마인 마리아(나오미 왓츠)는 쓰나미에 휩쓸릴 때 입은 치명적인 부상으로 인해 영화의 대부분 병상에 누워 있고, 남편인 헨리(이완 맥그리거)는 흩어진 가족을 찾아 헤매는 동안 주변에서 여러 도움을 받아 겨우겨우 앞으로 나아간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을 구해내는 것은 주변 사람들이 건네는 소박한 선의(善意)의 손길이다. 잠시 휴대폰을 빌려주거나, 가족을 찾을 동안 단 10분간이라도 차를 대기시켜주는 작은 베풂. 이 베풂의 ‘보잘것없음’이 오히려 영화에 실감과 진정성을 부여한다.

나오미 왓츠는 죽음의 문턱에 다다라 모든 희망을 잃기 직전인 한 여인의 고통을 실감나게 연기해내고, 이완 맥그리거 역시 언제나처럼 배역에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적절한 무게감을 실어낸다. 뿔뿔이 흩어진 가족을 찾아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첫째 아들 루카스 역의 톰 홀랜드도 영화의 한축으로 제 몫을 든든하게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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