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거짓이 진실을 압도하는 과정 <더 헌트>
2013-01-23
글 : 남민영 (객원기자)

거짓과 진실의 경계에 선 남자가 있다. 이혼했지만 사랑하는 아들이 있기에 행복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것도 퍽 즐거워 보이는 유치원 교사 루카스(매즈 미켈슨)가 바로 그다. 다정하고 선량한 인물이라 평가받던 그는 친구의 딸이자 자신이 근무하는 유치원의 원생인 클라라(아니카 베데르코프)의 거짓말 때문에 아동 성추행범으로 몰린다. 사실이 아니라고 루카스는 항변하지만 친구와 동료 그리고 애인까지 모두 그를 외면하기 시작한다. 외면은 곧 폭력으로 이어지고 루카스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더 헌트>는 진실이라는 탈을 쓰고 올바르고 합당한 척하려는 열망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처참하게 짓밟을 수 있는지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 한 점의 의심도 하지 않는 오만과 그 오만을 바탕으로 타인에게 폭력과 폭언을 일삼고 정의라 치부해버리는 섬뜩함은 한 남자의 인생뿐만 아니라 그들이 그토록 원했던 진실마저 난도질한다.

거짓이 진실을 압도하는 과정은 이 영화의 제목처럼 사냥과 닮아 있다. <더 헌트>를 연출한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은 루카스를 대상으로 한 마녀사냥을 다소 냉담한 시선을 유지하며 보여준다. 폭발적인 감정의 동요보다 건조한 공기가 극 전체를 감쌌기 때문인지 관객은 이 사건을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그 결과 영화는 단단하고 날카로운 얼음송곳처럼 다가온다. 우리가 숱하게 지나쳐왔던 현실의 루카스와 진실을 상기시키며 진실이라는 이름 아래 표출되는 분노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정의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함부로 심판할 수 있는지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더 헌트>는 루카스를 연기한 매즈 미켈슨에게 제65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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