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동양적인 분위기의 낯선 매력 <드래곤 헌터>
2013-01-23
글 : 윤혜지

좀비 드래곤의 난동으로 세상은 황폐해지고, 리안츄(장광)는 그 난리통에 어머니를 잃는다. 자라서 드래곤 헌터가 된 리안츄와 단짝 귀즈도(김기리)는 드래곤을 잡으면서 밥벌이를 한다. 성에 사는 외로운 조이(박지윤)는 동화 속 기사님이 나타나 주기만을 고대하는 말괄량이 공주다. 성을 빠져나온 조이와 우연히 마주친 리안츄와 귀즈도는 엉겁결에 기사 취급을 받고 세상의 끝에 잠들어 있는 좀비 드래곤을 무찌르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개성있는 작화와 참신한 캐릭터 묘사는 이전에 접해보지 않았던 낯선 매력을 풍긴다. 특히 귀즈도 역을 연기한 김기리의 자연스러운 더빙은 놀라울 정도의 수준이다. 연예인이 맡은 더빙은 튀는 발성이 미묘하게 거슬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김기리의 목소리는 의식하며 듣지 않으면 김기리인 줄을 전혀 모를 정도로 애니메이션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한편, 이제는 전체 관람가의 애니메이션도 마냥 해피하게 진행되지만은 않는 모양이다. <드래곤 헌터>는 어설픈 도덕과 시대착오적인 정의의 개념을 은근히 비트는 것처럼 보인다. 돈을 밝히는 귀즈도는 일을 맡으며 치밀하게 계약서까지 쓰지만 ‘을’의 입장인지라 결국 무시당하기 일쑤고, 권선징악의 동화를 신봉하는 듯하던 조이는 사기를 치거나 삼촌의 돈을 훔치면서도 거리낌이 없다. 전체적으로 동양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이 애니메이션을 더욱 낯설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음악이다.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 <이퀄리브리엄> 등의 음악을 담당했던 클라우스 바델트가 만들어낸 선율은 관객을 스크린 속 모험의 세계로 이끄는 주역이다. 다만 한 가지, 유행어의 과도한 쓰임은 작품의 유통기한을 단축한다는 것을 명심해준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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