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화려한 액션의 정점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
2013-05-22
글 : 김보연 (객원기자)

지난 브라질에서의 대소동 이후 도미닉(빈 디젤)과 그 일당은 미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조용히 살고 있다. 하지만 영국에서 자동차를 이용한 테러집단이 군사무기를 훔치는 사건이 발생하자 홉스(드웨인 존슨)는 어쩔 수 없이 도미닉 일당을 찾아간다. 도미닉은 조용히 살고 싶다며 홉스의 제안을 거부하지만 죽은 줄 알았던 레티(미셸 로드리게스)가 테러집단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자 그녀를 되찾기 위해 위험한 임무를 받아들인다.

2001년에 시작한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지금까지 6편의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수많은 악당을 죽이고 감옥에 보냈으며 그보다 많은 차들을 폐차장으로 보냈다. 변화가 있다면 뒷골목에서 소박한(?) 불법 레이싱을 벌이던 멤버들이 이제 군대와 손잡은 채 국경을 넘나들며 테러범과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시리즈 고유의 매력이 변했다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지만 12년간 이어진 시리즈가 이야기와 액션의 규모를 키우는 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2편 이후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저스틴 린 감독이 연출한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은 이러한 변화에 정점을 찍는 작품이다. 캐스팅부터 눈길을 끈다. 빈 디젤과 폴 워커, 드웨인 존슨이 변함없는 삼각편대를 이루는 가운데 4편에서 죽었던 미셸 로드리게스가 거짓말처럼 부활했으며, 그녀의 상대역으로 실제 격투기 선수인 <헤이와이어>의 지나 카라노가 출연해 전문 액션을 보여준다. 여기에 성 강, 루다크리스 등의 감초 조연과 루크 에반스를 필두로 한 테러 집단까지 포함해 역대 가장 많은 출연진을 자랑한다. 액션 역시 더 화끈해졌다. 지난 시리즈들이 자동차를 이용한 카스턴트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액션의 외연을 넓혔다. 슈퍼카를 이용한 액션이 기본을 받쳐주는 가운데 맨손으로 벌이는 격투기 액션의 비중이 늘었으며, 탱크와 비행기까지 등장해 대규모 추격전을 벌인다. 특히 지나 카라노의 360도 돌려차기와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대포를 쏘는 탱크의 등장은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의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다만 문제는 이 모든 것이 너무 커지고, 너무 많아졌다는 것이다. 시리즈 사상 최고의 러닝타임인 130분이 말해주듯이 12년 동안의 역사를 쌓아온 10명이 넘는 인물들의 활약을 담는 것만으로도 영화는 빠듯하다. 잘게 나뉜 숏은 피로감을 유발하고, 액션의 강약조절이 사라진 자리에는 쉴 새 없이 터지는 화려한 불꽃만이 남는다. 화려한 액션이 그 자체로 문제는 아니지만 더 많은 볼거리를 추구하다 정작 ‘한방’을 놓쳤다는 게 역설적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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