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하고 싶은 건 일단 해야지
2013-10-22
글 : 이주현
사진 : 최성열
<롤러코스터> 포스터 디자이너 최지웅·박동우
최지웅(왼쪽)과 박동우.

Filmography

<롤러코스터>(2013) <쇼를 사랑한 남자>(2013) <깡철이>(2013) <고령화 가족>(2013) <런닝맨>(2012)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2012) <신세계>(2012) <피에타>(2012)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은교>(2012) <두 개의 문>(2011)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7광구>(2011) <달빛 길어올리기>(2010) <옥희의 영화>(2010) <워낭소리>(2008) <우린 액션배우다>(2008) <비몽>(2008)

디자인 스튜디오 ‘프로파간다’엔 직원이 딱 두명이다. 회사를 세운 2008년부터 지금까지 최지웅·박동우 두 사람이서 200여편의 영화 및 공연 포스터 작업을 해치웠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영화 포스터 디자인회사 ‘꽃피는 봄이 오면’에서 만난 두 사람은 “상업영화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고 싶은 다양한 영화의 디자인 작업을 하고 싶어서” 독립하기로 뜻을 모은다.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이하 <지슬>) <워낭소리> <두 개의 문> <신세계> <은교> <7광구> 등 지금껏 프로파간다가 작업한 영화들을 보면 이들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도 확인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독립/예술영화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다. 최지웅 디자이너는 “상업영화와 달리 독립영화는 디자인하는 데 더 많은 자유가 주어져 작업 과정 자체가 재밌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감독이나 좋아하는 배우의 영화일 경우 영화사에 먼저 연락을 취해 포스터 작업을 따오기도 한다. <지슬>도 비슷한 경우였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지슬>을 봤는데 영화가 참 좋아서 영화사에 연락해 우리가 포스터 작업 하고 싶다고 말했다.”(최지웅)

<롤러코스터> <톱스타>는 물론 <집으로 가는 길> <신의 한 수>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등 프로파간다가 현재 진행 중인 작품도 여러 개다. 프로파간다 사무실엔 내년 개봉예정인 <해적…>의 시나리오북이 놓여 있었는데,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가 하는 일 중엔 시나리오북 디자인도 있다. 영화 개봉 2~3달쯤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포스터 제작에 착수하고, 개봉 1달 전부터는 신문/잡지/버스 광고물 및 각종 홍보 판촉물 제작에 돌입한다. 규모가 큰 작품일 경우 협업을 하지만 프로파간다는 대체로 한명이 온전히 한편의 영화를 맡아 진행하는 방식을 취한다. <롤러코스터>의 포스터는 박동우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비행기 위에 올라탄 정경호를 중심으로 영화의 주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이 포스터는 얼핏 사진인지 일러스트인지 헷갈린다. 포스터 속 포즈대로 배우들의 사진을 찍은 다음, 포토숍 작업을 통해 인물들을 합성하고, 일러스트 작가가 수작업으로 사진과 똑같이 그림을 그려 탄생한 게 현재의 포스터다. 이 일러스트 작업에만 무려 1천만원이 들었다.

하고 싶은 건 일단 하고 보는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은 닮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성향은 차이를 보인다. 초등학생 때부터 영화 전단지를 모으기 시작한 최지웅 디자이너는 영화 포스터 디자인 이외의 일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을 정도로 영화광이자 영화 판촉물 수집광이다. 반면 박동우 디자이너는 만화 <슬램덩크>의 열광적인 팬으로 어릴 적부터 만화가의 꿈을 품어왔다. “그림 그리면 늙어서 밥 굶는다”던 어머니 말씀에 따라 만화가의 꿈은 살포시 접어두었지만 혼자서 습작은 계속해왔다. 또한 최지웅 디자이너는 섬세함을 무기로 사람의 마음을 툭 건드리는 디자인에 능하고, 박동우 디자이너는 대담하고 대범한 스타일로 승부를 거는 편이다. 하지만 좋은 영화 포스터란 “10년, 20년, 100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포스터”라는 데 이견은 없다. 지금처럼 회사의 규모를 키우는 대신 내실을 다져가며 오래오래 포스터 디자인 작업을 하고 싶다는 바람도 같았다. 거기에 곁들여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를 만든다거나, 프로파간다의 작업물을 다시 디자인해 상품화하는 그래픽숍을 차린다거나 하는 등 재밌는 계획도 그들의 머릿속에서 굴러가고 있었다.

옛날 영화잡지 및 영화 전단지

“우리 영감의 원천이다.” 최지웅·박동우 디자이너는 옛날 잡지나 지금은 고전이 된 영화들의 전단지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다고 했다. 특히 최지웅 디자이너는 두꺼운 파일을 여러 개 보여주며 “이런 글씨체, 이런 디자인은 지금 봐도 멋있지 않나요?”라며 수집광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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