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담은 망했다.’ 그렇게 생각했다. 박순찬(왼쪽) 만화가는 무려 18년째 <경향신문>에 네컷 시사만화 <장도리>를 연재한다. 그것을 엮어서 펴낸 단행본 <516 공화국>의 표지는 압권이다. 이번 대담은 이 표지에서 시작됐다. 그 표지가 담고 있는 2013년 한국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시사만화가의 입을 통해 들어보려 했다. 박순찬 만화가의 대화 상대로 <시사IN>에 <본격시사인만화>를 연재하는 만화가 굽시니스트를 떠올렸다. 두 사람 모두 시사만화로 독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으니 재밌겠다 싶었다. 마침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두 만화가는 잘 아는 사이였고 흔쾌히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으니 둘은 그간 하지 못한 일상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시사만화 이야기는 언제 할 겁니까.’ 속이 타들어갔지만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왜냐하면 재밌었으니까. 그중 압권은 ‘수제 육포 제조 논란’이었다. 만화가에게도 일상이 있다. 그들이 만화를 통해 들었다 놨다 하는 대통령, 정치인, 기업가, 검찰 등에 의해 조금씩 변해가는 일상 말이다. 시사만화가의 진짜 모습을 본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그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다 전할 수는 없다. 오랜 수다 가운데 시사만화가의 기품이 묻어나는 말들을 골랐다.
씨네21_오늘 이 자리를 만든 건 후배 시사만화가 굽시니스트 작가(이하 굽 작가)님이 선배인 박순찬 화백을… 그런데 화백이라는 호칭이 맞는 건가요?
박순찬_보통은 그냥 작가라고 부르지 않나요? 옛날엔 만화가 불건전하고 천박하다는 인식이 있었잖아요. 신문에 실리는 만화는 좀 다르다고 포장하기 위해 일부러 화백이라고 불렀습니다. 제가 스물여섯(1995년)에 일을 시작했는데 그때도 화백으로 불렸습니다. 신문사에서 그렇게 포장하는 바람에 늙어 보이는 부작용이 있죠. (웃음) 굽 작가님은 만화 연재한 지 얼마나 되셨죠?
굽시니스트_전 이제 3, 4년차죠. 일주일에 한번씩 연재하고요. <장도리>처럼 매일 연재는 상상도 못하겠는데요.
박순찬_만일 1년 줄 테니 책 한권 만들어보자고 하면 1년 내내 놀다가 하루 만에 그리지 않을까 싶어요. 오히려 매일 연재하는 건 외부적으로 마감 환경이 통제되지 않습니까. 저 같은 사람에겐 좀 나은 시스템이지 않나 싶어요. 모으니까 이렇게 책도 내게 되고.
굽시니스트_(테이블에 놓인 책을 가리키며) 그런데 <516 공화국> 단행본 표지에 젖꼭지가 적나라하네요.
박순찬_이집트 그림을 참조해서 그렸는데 이런 그림이 있더라고요. (젖꼭지가 적나라한 고 박정희 대통령은) 하늘을 상징합니다.
굽시니스트_(1권이라 할 수 있는) <나는 99%다>의 표지와 이어지는 건가요.
박순찬_시리즈라 할 수 있죠.
굽시니스트_30년 뒤 역사 교과서에 자료 그림으로 실어도 될 것 같습니다. 물론 30년 뒤 우리나라가 제대로 돼 있다면 말이죠.
박순찬_사회가 다원화될수록 어떤 사안에 대해 한번에 설명하기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우리가 지금 커피를 자유롭게 마시고 있지만 이 커피가 여기 놓이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자면 길죠. 텍스트로 설명하려면 많은 양이 필요하고요. 이미지로 구성하면 권력 구조라든가 사람들의 생태계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요.
굽시니스트_고대 이집트 상형문자가 그랬듯이요. 이집트 상형문자가 그림에서 글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는 문자죠. 만화도 글과 그림이 ‘믹싱’이 돼 있지 않습니까. 스토리텔링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것. 표지가 한컷의 만화이면서도 스토리텔링을 이루고, 문자와 그림의 경계선상에 있는…. 제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죠. (웃음)
박순찬_저도 말을 조리 있게 못해요. 정리할 때 힘드실 거예요. (웃음) 1권 표지도 다시 그려야 하는데… <516 공화국> 표지는 나무에 그린 겁니다. 크기(120cm×96cm)도 꽤 크고요. 굽시니스트_아, 그럼 원화는 댁에 있습니까? 나중에 경매에 내놓으시면 비싸게 팔릴 것 같습니다.
박순찬_굽 작가님이 사주세요. (웃음) 처음엔 이 작업을 우습게 봐서 바닥에 놓고 그리다가 허릿병이 날 뻔했어요. 이젤을 하나 사서 그렸죠. 작품 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사진관에서 찍었는데 3장에 2만5천원 줬어요.
일베도 인정한 <장도리>
굽시니스트_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에서 <장도리>를 일베 코드로 패러디한 게 있어요. 퀄리티가 아주…. 처음엔 정성 들여 만들더니 이젠 대충 만들더라고요. 박정희 얼굴 자리에 김대중 얼굴 들어가고 그런 식인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신의 만화가 정파적 반대세력에 의해 훼손당한다고 해야 할까요.
박순찬_저도 패러디(2012년 12월7일 ‘하정우 먹방’ 편, 2013년 5월13일 ‘진상의 거인’ 편 등)를 하니까요. 만화나 영화나 많이 돌아다니면서 변형이 되고, 서로 영향을 주는 건 좋다고 생각해요.
굽시니스트_대인배시네요. 일베 애들이 읽고 ‘박 화백님 대인배’라고 그러지 않을까요.
박순찬_사석에선 욕하죠. (웃음) 일베에 ‘일베로’가 찬성이고 ‘민주화’가 반대잖아요. 그런데 <장도리>를 누가 가끔씩 올리면 내용에 상관없이 네컷 구성을 재밌다고 생각하면 일베로를 준단 말이에요. 그런데 정치적 주장은 다르죠.
굽시니스트_제 만화도 일베에 간 적 있어요. 하하하. 패러디 소스로 활용된다는 건 <장도리>가 이미 충분히 일반적이고 광범위한 콘텐츠가 됐다는 방증인 것 같아요.
씨네21_패러디는 굽 작가님이 전문이지 않나요.
굽시니스트_박 선생님처럼 소스가 되는 만화를 그려야지 저처럼 소스에 기생해서 살면 안 됩니다.
박순찬_굽 작가님이 패러디의 일인자죠. 원래 시사만화는 좀 엄숙하고 연로하신 분들이 본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굽 작가님이 그런 인식을 많이 개선했죠. 독자층을 넓힌 큰 역할을 했다고 봐요. 저도 영향을 받아서 <장도리>에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과감히 활용할 수 있었어요. 아무도 안 한 걸 제가 처음 하려 했다면 많이 겁났을 거예요. 기존의 시사만화에서 그런 걸 한다는 건 모험이니까요. 미디어 환경이 달라져서 가능한 것 같아요. 옛날 신문 독자층만 생각하면 그런 작업도 힘들었을 거예요.
굽시니스트_인터넷 시대 이전부터 그림을 그리셨으니까요.
박순찬_네, 과도기를 거쳐왔죠.
굽시니스트_인터넷 시대 이전의 작가들과 비교하자면 박 선생님은 많이 변하신 편인 것 같습니다. 사실 최근 폭증한 장도리의 인기가 <경향신문> 구독자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라 인터넷에서 <장도리>를 본 네티즌에게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박순찬_신문도 인터넷으로 보는 시대니까요. 예전엔 <고바우 영감> <왈순아지매> 같은 시사만화가 인기를 끌었죠. 한 매체에서 네컷 만화가 인기를 얻으면 다른 매체에서도 경쟁적으로 네컷 만화를 실으려 했어요.
굽시니스트_지금 보수 매체에서는 왜 시사만화를 싣지 않을까요. <장도리>가 이렇게 인기가 많은데.
박순찬_<조선일보>에서 <고바우 영감> 이후 계속 신인을 뽑아서 여러 시도를 했는데 실패했죠. 그래서 더이상 하지 말자고 결단을 내렸어요. 그러니 다른 신문들도 안 하게 됐고요. 그때가 마침 1세대 시사만화가들이 은퇴하는 시기였어요. 그분들이 오랫동안 하셨으니 후진 양성이 잘 안 돼 있기도 했죠. 누가 하겠어요. 내가 저 자리에 들어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못하는 거죠.
굽시니스트_제가 그때 <조선일보>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웃음)
박순찬_인터넷 문화가 들어오면서 굳이 신문에 안 실어도 시사만화를 찾아볼 수 있는 환경이 자리잡았죠. <조선일보>에서 시사만화를 싣지 않기로 결정했을 때 <중앙일보>에 <왈순아지매>를 연재하고 계시던 정운경 화백과 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어요. 신문만화도 시장논리로 가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말은 그전엔 시장논리가 아니었다는 말이죠. 예전의 신문은 권력의 논리로 움직였죠. 신문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이 폭동이라고 하면 게임 끝이었어요. 의견 교환이며 피드백이란 게 없었던 때죠. 지금은 댓글이라도 달 수 있지만 그땐 항의전화 해봐야 아무 소용없는 시대였으니까요. 언론의 위력이 엄청났죠. 만화가 재미없더라도 이 만화는 엄청난 거라고 신문이 주장하면 끝나는 거예요.
씨네21_시장논리에 시사만화가 편입되면서 <장도리>의 인기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요.
굽시니스트_신문만화의 하나였던, ‘One of them’이었던 장도리가 ‘The 장도리’가 된 거네요. 지금의 한컷 만평들도 보면 옛날 만화들보다 질적으로 나아진 것 같아요.
박순찬_그렇죠. <한겨레> 박재동 화백 이후에 한컷 만화가 대중적으로 바뀌었죠. 그 때가 노태우 정권 시절이었는데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자기는 보통 사람이니까 얼굴을 만화에 그려도 좋다고 허가해줬어요. 그전엔 대통령 얼굴 못 그렸거든요. 그래서 박재동 화백이 대통령 얼굴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주목을 받은 거죠. 만화의 스타일도 획기적으로 바뀌었고요.
이명박 vs 박근혜
씨네21_대통령 얼굴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박순찬 작가님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얼굴을 정말 잘 그리시는 것 같아요.
굽시니스트_앤디 워홀이 마릴린 먼로를 찍어낸 것처럼 한 시대의 이미지를 찍어낸 거죠. 대중에 엄청나게 소비되고 아이콘화됐죠. 성공한 만화 캐릭터가 갖춰야 할 요소를 다 갖추고 있어요. 미키마우스처럼. 특징적인 얼굴, 사람들이 보자마자 떠올릴 만한 에피소드와 간략한 선과 스토리텔링, 푸근한 느낌까지. 일단 전 대통령께선 잘생기지 않으셨잖아요. 사람들은 잘생긴 얼굴 부담스러워하고 못생긴 얼굴이 캐릭터로 희화화되면 심적 거부감이 줄지 않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아직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친근하진 못하죠. 마음의 벽이 있어요.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망가지는 얼굴이 아니에요. 그런데 이제 박 선생님이 그리는 얼굴 중에 박근혜 대통령이 정색하는 표정이 있죠. 그건 뭐랄까. 새로운 캐릭터의 성공을 예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네요. (웃음)
박순찬_어떤 순간포착 사진을 보고 그린 건데요. 청와대 홍보실에서 압력이 들어왔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없어졌죠. 그런데 지금 같은 시대에선 사진 내려봤자잖아요. 이미 다 퍼진 다음이죠. 그런 현상도 재미있고.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잖아요. 그리고 싶더라고요. 덕분에 자주 쓰고 있죠.
굽시니스트_그런 정색한 얼굴에선 박근혜 대통령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죠. 보통은 육영수 여사의 화신처럼 행동하려는 게 있지 않습니까. 두 얼굴의 대통령이시죠.
박순찬_이명박 전 대통령도 그렇고, 박근혜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대로 각각 재미있는 요소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이명박 전 대통령도 초기 그림을 보면 별로 안 닮았어요. 여러 번 그려보니 특징도 파악되고, 재미있는 캐릭터더라고요. 국밥 먹는 거나, 어묵 먹는 모습이 뭔가 서민적이긴 한데 이상하고 오묘한 요소들을 갖고 있죠.
굽시니스트_아까운 캐릭터죠. 5년 더 하셨으면 좋았을 텐데.
박순찬_다른 만화를 그릴 때 카메오 캐릭터로 사용해도 좋을 것 같아요. 사장 역할이나 부동산업자로?
굽시니스트_하지만 전직이라 메리트가 많이 떨어졌죠.
박순찬_현직은 좀 부담스러워요.
한가한 소리를 하지 못하는 사회
씨네21_작품하면서 지난 정권과 현 정권의 차이를 느끼시나요.
굽시니스트_개인사엔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원고료가 오르는 것 아니고서야. 작품에선 만화의 주인공이 바뀌는 거죠. 저야 정권 교체를 한번밖에 경험하지 못했지만 박 선생님은 여러 번 경험하셨죠.
박순찬_참여정부 시절엔 만화를 그릴 때 가끔 재미를 느끼는 게 뭐냐면 남들이 바쁘게 직장을 다니느라 여유 있게 생각하지 못하는 걸 만화가가 놀면서 관찰하고 발굴해서 그리는 재미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오면서 그런 여유 자체가 없어졌어요. 이제 그런 얘기는 한가한 소리가 된 거예요. 말이 안 되는 비상식적인 일들을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고, 살아가면서 중요한 다른 삶의 문제를 거론하기 힘들어진 거죠. 일단 지금은 주인공 장도리 자체가 잘 안 나와요. 주인공이 여유롭게 이야기를 풀어갈 내용이 없어요.
굽시니스트_장도리의 진짜 직업은 뭔가요.
박순찬_그냥 회사원이죠. 아내도 자식도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주인공이 등장을 안 하다보니 가족도 등장을 안 하게 됐죠. 옛날 네컷 만화는 주인공 가족이 많이 등장했어요. <왈순아지매>는 식모였잖아요. 그 집에 부부가 있고 애가 있고. <고바우 영감>은 영감님이고.
굽시니스트_옛날 시사만화는 인물들이 나와서 어떤 화두를 얘기하는 게 전형이었기 때문에 주인공이 필요했던 거죠.
박순찬_그렇죠. 군사정권 시절엔 은유로 표현해야 했고 대통령을 못 그리기도 했죠. 사회적으로 불행한 사태가 일어났을 때 주인공이 이불 덮고 잠만 자고 있다든지 하는 식으로 항의성 표현을 하는 경우도 있었죠. 지금은 전과 다르게 여러 가지 표현을 할 수가 있으니까요. 급박하게 돌아가는 사안들도 많고요. 자연스럽게 주인공이 잘 안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굽시니스트_그럼 지금 장도리는 홀로 마우스나 클릭하는….
박순찬_아마 부인은 어디 장기출장을 갔거나 이혼을 했을 수도 있죠. 장도리가 기러기 아빠일 수도 있고요. 하루에 한편 그리는데 그런 개인사까지 그리면 미쳤다고 하겠죠. (웃음)
더 많은 시사만화를 위한 토양
굽시니스트_그래도 선생님께선 정규직이시잖아요.
박순찬_월급은 얼마 안 되죠.
굽시니스트_원고료도 얼마 안 되고요. (웃음)
박순찬_사실 만화가 중에 정규직은 아주 특이한 경우죠. 일장일단이 있어요. 좋은 점이라고 하면 시사만화는 흥행과 상관없이 그릴 수 있다는 거죠.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죠. 사실 월급받는 사람이라고 특별한 건 없는 것 같아요. 원고료 받는 개념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굽시니스트_그래도 선생님은 불가피하게 하루 쉬셔도 월급은 다 나오지 않습니까. 전 한회 빼먹으면 원고료가 없죠.
박순찬_아…. 그런 건 있겠죠. 그런데 제가 불가피하게 쉰 적은 한번도 없어서….
굽시니스트_아 역시…!
씨네21_시사만화를 그리시는 분들이니까, 혹시 외부로부터 불편한 이야기들이 들려왔을 때 회사가 그걸 막아주는 기능을 하진 않나요.
박순찬_자세히는 모르겠지만 회사에서 좀 막아주지 않을까 기대는 하고 있어요. 굽 작가님도 <시사IN>이랑 일을 하시니까 혹시 잡혀가더라도 굽 작가님만 가게끔 하진 않을 거예요. <시사IN> 담당자도 같이 잡혀가겠죠.
굽시니스트_그 정도 의리는 있겠죠. (웃음)
박순찬_김영삼 정부 말기부터 연재를 했는데 참여정부 들어서면서 수정 요청이 없어졌어요. 그렇게 한번 만들어놓으니까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직접적으로 수정하라는 요구는 없어진 거죠.
씨네21_시사만화계에 있어서 후진 양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으신가요.
굽시니스트_저는 일단 저 먹고살기 바빠서…. (웃음)
박순찬_만화라는 게 인위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고 필요하다면 나오겠죠. 억지로 이어갈 필요도 없는 거고요. 후배라고 할 수 있는 굽 작가님은 미래형 시사만화가 어떨지를 보여주고 계시고, 사실 굽 작가님이 아니었으면 시사만화가 소멸될 수도 있었어요. 시사만화라고 딱 나누고 싶진 않은데 일종의 특성화된 만화잖아요. 시사적인 내용이 주가 되는. 그 전문 분야로 사회 문제들, 정치적인 문제들을 다루는 만화들이 그동안 많이 없었단 말이죠. 한국의 정치/사회적인 문제를 주요 소재로 하는 만화가 많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형식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필요하다면 나올 수 있는 토양이 있어야 하죠.
굽시니스트_토양은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 정치를 엔터테인먼트로 다루는 양상 자체가 다양해졌죠.
살사 선생님과 게임 폐인
씨네21_다른 만화가들처럼 따로 취재를 다니는 경우도 있나요.
박순찬_원래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다루는 소재가 박근혜 대통령도 나와야 하고 아베 총리도 나와야 하는데 그 사람들을 만나서 취재하긴 힘들죠. (웃음) 매체를 통해 2차 가공을 할 수밖에 없어요.
굽시니스트_미국 시사만화가 라난 루리는 직접 대통령을 만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요.
박순찬_그런데 막상 만나서 감화가 되면 미화의 여지가 생길 수 있지 않겠어요. 오히려 사실에서 벗어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굽시니스트_하긴 그 양반 만나고 난 뒤에 나쁘게 그리는 것도 미안하겠네요. (웃음)
박순찬_어떤 내용에 따라서는 현장을 겪어봐야 하는 만화가 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하긴 해요. 살사댄스 동호회 활동을 한 경험을 살려 관련 다큐멘터리를 만든 적이 있어요. 미디액트 6개월 과정을 다니면서 졸업작품으로 만든 다큐멘터리였는데 독립영화 관계자도 만나고 하니까 거기에 대해 잘 알겠더라고요.
씨네21_홍대 살사 선생님으로 유명했다는 건 들었어요. 굽 작가님은 어떤 취미가 있으신가요?
굽시니스트_전 게임을 합니다.
박순찬_그때 지우신다고….
굽시니스트_다시 깔면 되죠. 다른 건 몰라도 <LOL>(리그 오브 레전드)은 나라에서 필히 규제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