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심지어 근무기록과 은행기록, 급여내역까지도. 벨기에 소재의 다국적 기업 ‘할게이트’에서 첨단보안장치를 개발하는 벤 로건(아론 에크하트)의 인생이 통째로 날아가버렸다. 자신과 딸 에이미(라이아나 리버라토)의 목숨을 노리는 정체 모를 적들에 쫓기기까지 한다. 황당한 상황에 놓인 아빠를 의심하는 딸에게 벤은 자신이 6개월 전 파면을 당한 전직 CIA 요원이고 미국 국적까지 박탈당한 국외자임을 고백한다. 사건의 실체에 접근한 벤은 CIA 기밀 보관소의 사라진 문건이 분쟁지역에 무기를 팔아넘긴 할게이트와 관련돼 있음을 알게 된다. CIA 요원 안나(올가 쿠릴렌코)가 CIA와 할게이트를 오가며 자신을 사건에 끌어들였다는 것도 깨닫는다. 거대하고 조직적인 범죄와 옛 동료의 배신으로부터 하나뿐인 딸을 지키려는 아빠의 사투는 그렇게 시작된다.
‘모든 것을 잃은 남자’라는 설정은 스릴러 장르와 맞물려 초반 시선몰이에는 성공적인 듯 보인다. 인물간 관계를 복잡하게 뒤섞기만 하고 설명해야 할 것은 설명하지 않아 검은 배후의 실체가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는 것은 큰 맹점이다. 이를테면 벤이 개발한 보안장치의 특허권을 할게이트가 아니라 CIA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CIA의 윗선까지 사건에 연루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지만 안나 외에는 이렇다 할 실체가 없는 것이 그렇다. 안나는 할게이트와 쉽게 접촉하고 신변도 쉽게 노출돼 전문 요원이라는 설정의 설득력을 떨어뜨리고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보안 전문가라지만 벤이 이 일에 얽혀야 할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대찬 몸싸움이나 치열한 두뇌싸움 없이 의구심만 키워놓는 방식이 장르적 쾌감을 기대한 관객을 잡아둘 수 있을지는 물음표다. 딸에게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조차 몰랐던 아빠지만 사건을 계기로 가족 사수에만 전념해서일까, 차라리 <하드데이>를 소란스러운 가족극으로 보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