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1840년대 미국의 ‘노예제도’ <노예 12년>
2014-02-26
글 : 주성철

1841년 뉴욕, 아내 그리고 두 아이와 함께 자유로운 삶을 살던 음악가 솔로몬 노섭(치웨텔 에지오포)은 공연 참여를 미끼로 납치되어 노예로 팔려간다. 신분을 증명할 방법이 없는 그로서는, 아무리 자신이 증명서를 가지고 있는 ‘자유인’이라고 항변해봐도 소용이 없다. 그런 그에게 노예 신분과 함께 ‘플랫’이라는 새 이름이 주어지고, 그는 선량한 백인으로 보이는 윌리엄 포드(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팔려간다. 하지만 에드윈 엡스(마이클 파스빈더)라는 악명높은 두 번째 주인을 만나면서 갖은 고초를 겪게 된다. 다른 어떤 노예보다 높은 목화 수확량을 자랑하며 에드윈의 총애를 받는 팻시(루피타 니옹고)와 그런 팻시를 질투하는 엡스 부인(사라 폴슨) 사이에서 그는 노예제도의 비인간적인 면모를 온몸으로 경험한다. 그렇게 고된 노동과 끔찍한 매질 속에서도 그는 가족에게 다시 돌아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헝거>(2008)와 <셰임>(2011)으로 주목받은 스티브 매퀸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 <노예 12년>은 전작들의 정서와 사뭇 다르다. 단지 시공간이 달라졌다는 의미이기보다, 그 특유의 스타일을 과시하는 대신 1840년대 미국의 ‘노예제도’라는 구체적인 역사적 무게를 충실히 그려내고 있다는 얘기다. 영화는 자유인으로서의 예술가적 삶을 누리던 솔로몬의 ‘추락’으로부터 시작하여 줄곧 그의 12년을 뒤쫓는다. 역시 ‘개인’의 문제를 다뤘던 <헝거>나 <셰임>과 비교하자면, <노예 12년>의 전적인 목표는 노예를 향한 폭력의 역사를 면밀히 묘사하는 데 집중된다. 당대 풍경의 묘사라는 점에서 <노예 12년>은 상당히 충실하고 모범적인 교과서다. 반대로 스티브 매퀸 전작들의 팬이라면 그 특유의 무드가 얼마간 사라졌다는 점이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언제나 ‘갇혀버린 남자의 고독’을 그려온 ‘매퀸의 남자’ 계보 안에서, 솔로몬이 겪는 극한의 고립감은 시대의 비참한 풍경과 긴밀하게 조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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