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sh on]
[flash on] 영화 산업에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
2015-06-11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최성열
스웨덴영화진흥원 대표 안나 세르네르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특별전은 21편의 스웨덴 여성영화들로 꾸려졌다. 여성들이 직면한 사적이고 정치적인 이슈들을 여성감독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들이다. 이는 자국 영화 산업의 성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여성 영화인에게 꾸준한 지원을 해온 스웨덴 영화 정책의 결과물들이기도 하다. 이러한 성과를 견인한 곳이 스웨덴영화진흥원(Swedish Film Institute, 이하 SFI)으로, 스웨덴영화계 전반을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는 스웨덴 제일의 영화 기관이다. 그곳의 대표인 안나 세르네르가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찾았다. 그를 만나 스웨덴에서 여성영화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와, 정부 지원 비중을 늘려나가는 스웨덴 영화 정책의 중요한 변화들에 대해서 들어봤다.

-이번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는 스웨덴의 젊은 여성감독들이 만든 성장영화들이 눈에 띈다.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있나.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정곰상을 수상한 산나 렌켄 감독의 <마이 스키니 시스터>를 꼽겠다. 식이장애를 앓는 언니와 그걸 지켜보는 동생 사이의 자매애를 그렸다. 특별전 상영작들이 새로운 경향을 제시해 보이고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여성감독의 시선으로 여성들의 감정을 세심히 그리고 있는데 나는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한국에 와서 정주리 감독의 <도희야>(2014)를 봤는데 상당히 놀랐다. 같은 이야기라도 여성감독이 만들었을 때 줄 수 있는 힘이 굉장하다는 걸 느끼게 한 작품이다.

-2013년 SFI가 제작 지원한 장편 극영화 중 60% 이상이 여성감독의 작품이었다. 적극적으로 여성 영화인들을 지원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SFI의 영화계 성비 불균형 해소를 위한 노력은 트렌드로서가 아니라 다분히 의도적인 젠더 운동의 일환이다. 비단 스웨덴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영화 산업 내 성불평등 수준이 심각하잖나. 스웨덴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성감독은 남성감독에 비해 제작 편수도 적고 제작비 마련도 어렵다. 여성감독들이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재능을 보일 기회조차 없던 상황이다. SFI가 여성감독들을 지원하면서 지난해에는 지원작을 만든 감독의 남녀 성비가 반반이 됐다. 스웨덴 국내 영화제에서 수상자의 70%가 여성감독일 정도다. 상당히 놀라운 성과다.

-SFI는 준정부기관으로서 영화 제작지원, 아카이빙, 디지털화 작업 등을 하고 있다. 다양한 사업을 하기 위한 자금 확보는 어떻게 이뤄지나.

=전체 예산의 50%는 국가 지원금이고 나머지는 비즈니스 파트너들에게 받는다. 그런데 2017년부터는 아예 전액 국가 지원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지금처럼 정부가 SFI를 지원하되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 티켓 판매비의 10%가 SFI의 제작 지원금으로 들어오던 것도 2017년부터는 없어진다.

-이런 변화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하나.

=1년에 스웨덴 국민 1인이 보는 영화는 대략 80여편이다. 그중 영화관에서 보는 건 단 2편에 그친다. 스웨덴 극장은 몇몇 개인들의 독점으로 운영된다. 이런 식이 계속된다면 스웨덴 극장 산업은 암울한 결과뿐이다. SFI가 지향하는 안정적인 영화 산업 시스템 확보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그래서 우리의 선택은 영화 제작자 양성에 힘을 쏟자는 데 있다.

-한국영화계는 갈수록 정부의 공적 지원이 줄어들고 있다. 영화 산업에 공적 지원을 늘리는 게 어째서 중요하다고 보나.

=사람들이 오페라나 발레를 보지는 않아도 영화는 보는 시대다. 하위문화로서 영화가 갖는 의미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이것만 봐도 영화 산업에 공적 지원이 필요하지 않겠나. 정부로서도 도전적인 과제겠지만 정부가 꼭 해야 할 일이다. 영화 산업 내의 시민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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