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진심이 통하는 사람 중심의 휴먼드라마 <극비수사>
2015-06-17
글 : 정지혜 (객원기자)

공길용(김윤석)은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사는 인물도 아니요, 자기 관할 사건이 아니면 별로 관여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 평범한 형사다. 그런 그에게 별안간 초등학생 유괴 사건을 해결하라는 명이 떨어진다. 얼떨결에 사건을 맡았지만 그는 맡은 이상 잘 해결해보자는 심정이다. 공길용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는 수사를 극비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속이 타던 아이의 가족들은 무속인들을 찾아가보지만 돌아오는 답은 하나같이 절망적이다. 그중 김중산 도사(유해진)만이 유일하게 희망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게다가 그는 공길용 형사의 사주여야만 아이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공길용과 김중산은 뜻하지 않게 공조하며 아이를 찾아나서기 시작한다.

<극비수사>는 1978년 부산에서 벌어진 실제 유괴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사건이 벌어진 직후부터 순차적으로 공길용 형사가 아이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여기에 겉으로 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형사와 도사가 만나 수사의 힘을 붙여나간다. 예상 가능하겠지만 처음에는 공길용도 “기도를 통해 감응을 얻는다”는 김중산의 말에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 하지만 김중산의 예견이 하나씩 맞아떨어지면서 답답하던 공길용은 그 감응이라는 것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이때 영화는 무속인을 희화하거나 거부의 대상으로 삼는 기존의 많은 영화와 달리, 김중산을 자신의 방식으로 도를 깨우치려는 인물로 그려나감으로써 그의 감응에 힘을 실어준다. <극비수사>의 결정적인 미덕은 공길용과 김중산의 목표가 범인을 잡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그들은 유괴된 아이를 찾기를, 그 아이가 살아 돌아오기를 바란다. 다른 형사들이 사건 해결로 얻을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따질 때 공길용과 김중산은 사람 목숨의 중함에 대해서 말한다. 수사물이라는 장르를 기본 틀로 삼고 휴먼드라마에 방점을 찍는 결정적인 순간이다.

유괴범 찾기라는 영화 전체의 중심 사건을 극의 마지막까지 끌고 가지 않은 선택도 상당히 과단성이 있어 보인다. 이후 영화는 에필로그처럼 사건이 해결된 뒤 공길용과 김중산이 나누는 대화를 보여주는 데 공을 들인다. 사람들이 공길용과 김중산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더라도 그 둘은 서로를, 또 자신을 격려한다. 중심이 아닌 변방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서로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는 순간을 억지스럽거나 자족적으로 보이지 않게 그려냈다. <극비수사>의 순순한 건강함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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