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올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상영작 <마돈나>
2015-07-01
글 : 이화정

유달리 가슴이 커서 ‘마돈나’라는 별명이 붙은 소녀 미나(권소현). 무대가 아닌 한국 사회에서 마돈나로 살아가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날씬하지 않고, 예쁘지 않고, 부자가 아니고, 똑똑하지 않아서 마돈나는 힘겹다. 보험회사, 콜센터, 화장품 공장 등을 전전하는 동안 미나는 사귀던 남자에게 배신당하고 성폭력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미나는 한국 사회에서 힘없고 나약한 여성이 처한 극한 현실이자, 상징이다.

VIP 병동의 간호조무사로 근무하게 된 해림(서영희)은 나락에 처한 마돈나를 ‘기술하는’ 여성이다. 미나는 재벌 2세 상우(김영민)가 부친의 심장이식 수술을 위해 ‘뒷거래’한 환자다. 해림은 교통사고로 의식불명이 된 무연고자이자 만삭의 임신부, 곧 상우에 의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파멸할 어린 ‘희생양’에게서 힘없는 여성이 겪어야 할 모진 운명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속박으로부터 자신 역시 자유로울 수 없는 여성임을 자각한다.

부자들만 들어갈 수 있다는 하루 기백만원의 VIP 병동은 자본이 곧 권력으로 작용하는 이 사회의 축소판이다. 신수원 감독이 앞서 <명왕성>(2012)에서 만든 학교 내 계급의 최상위층(명문사립고의 우등생반)을 연상시키는 그곳은 가지지 못한 자가 가진 자에게 짓밟히고 고개 숙여야 하는 냉혹한 ‘현실’의 공간이다. 이곳에서 해림과 미나를 이어주는 ‘끈’은 연대로 나아가기엔 너무나 헐겁고 약하다. 하지만 그 가열찬 절망의 한가운데서 느닷없이 등장한 판타지 장면(감독의 전작에 사용된 인장과 같은 부분)이 주는 감흥은 의미심장하다. 해림이 미나의 영혼을 만나고 아파하는 비현실적인 장면을 통해 신수원 감독은 무너진 이 사회를 향한 작은 희망을 개진한다.

성폭행과 폭력이라는 자극적 묘사로 인해, 많은 장면에서 눈을 질끈 감게 만드는 데도 영화는 기어이 자극보다는 슬픔의 감정이 더 앞에 위치하게 만든다. 해림의 예민함을 체화한 서영희의 날선 연기와 자존감이 무너진 미나의 절망을 능숙하게 조율해낸 권소현. 두 배우의 대립각이 영화의 긴장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팽팽하게 유지해낸다. 올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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