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눈보라 속에 갇힌 비밀스러운 8인 <헤이트풀8>
2016-01-06
글 : 문동명 (객원기자)

<헤이트풀8>는 예의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에 비해 그가 사랑하는 걸작들에 대한 오마주가 비교적 희미한 작품이다. 지금까지 타란티노 영화의 사운드트랙들이 옛 노래들이 모인 컴필레이션인 데 반해 이번 O.S.T를 (웨스턴영화 음악의 대가) 엔니오 모리코네가 새로 만든 음악들로 채웠다는 점은, <헤이트풀8>가 타란티노의 유일한 ‘오리지널’ 웨스턴이라는 지표처럼 보인다.

남북전쟁이 끝난 지 오래 지나지 않은, 눈 덮인 와이오밍. 워렌 소령(새뮤얼 L. 잭슨)은 죄수 데이지 도머그(제니퍼 제이슨 리)를 이송하고 있는 존 루스(커트 러셀)의 도움을 받아 레드락으로 향한다. 그 와중에 자신을 레드락의 새 보안관이라고 소개하는 크리스 매닉스(월턴 고긴스)와 동행하게 된다. 눈보라가 점점 심해지면서 네 사람은 한 잡화점에 몸을 피하고, 먼저 도착해 있던 오스왈도 모브레이(팀 로스), 조 게이지(마이클 매드슨), 멕시코인 밥(데미안 비치르), 샌포드 스미더스(브루스 던)를 만난다. 워렌은 도착하자마자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그들이 자리한 공간은 금세 서로를 향한 불신으로 가득 찬다.

여러 챕터로 나뉘어 있고 여덟명의 주연이 등장하지만, <헤이트풀8>는 의외로 한정된 공간에서 사건들이 벌어진다. 초반 40분을 지나면 모든 일들이 잡화점 내부에서만 진행된다. 잡화점의 미스터리를 일거에 정리한 다섯 번째 챕터를 제외하면 유일한 플래시백조차 서사의 중추와는 거리가 먼 곁다리에 불과해 폐쇄적인 느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진다. 공간이 제한된 만큼 벌어지는 사건 역시 적다. 그러나 타란티노는 긴장을 서서히 퍼트리며 3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을 이끌어나간다. 그의 무기는 다름 아닌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대사. 인물들은 대부분 그날 처음 만난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그들이 나누는 대화만으로 각자의 내력과 관계를 이해시킨다. 앞서 등장한 자잘한 실마리들은 금세 이야기를 불안의 도가니로 몰아세워놓는다. 여덟 사람이 모두 거짓을 늘어놓고 있다는 가정과 남북전쟁이라는 시간적 배경은, 미스터리를 부풀릴 뿐만 아니라 마지막에 살아남은 인물이 누구인지 목격할 때 비로소 묵직한 감동을 안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