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골든글로브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수상작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2016-01-13
글 : 이화정

미국 서부 개척 시대 전설적인 모피 사냥꾼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글래스는 탐험 도중 회색곰의 습격으로 죽음에 직면한다. 하지만 돈에 눈이 먼 동료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는 저항하는 글래스의 아들을 죽이고 그를 버린 채 달아난다. 글래스는 이미 그때 죽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후 배신자 피츠제럴드를 쫓아 300km가 넘는 광활하고 거친 야생에 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글래스는 오로지 복수만을 위해 내달리는, 죽음에서 돌아온 망령(revenant)에 가깝다.

상실과 불행, 극복의 문제는 <21그램> <바벨> <비우티풀> 등의 작품을 통해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가 견지해온 관심사였다. 이냐리투가 이를 현재 인물들의 내면이 아닌 19세기 초 미국의 광활한 자연으로 가져가는 건 도전이었는데, 전작 <버드맨>으로 호흡을 같이한 촬영감독 에마누엘 루베스키와의 협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장엄한 배경 안에서 이냐리투가 기술하는 건 추위와 부상으로 살이 썩어들어가는 한 인간의 육체적 나약함과, 그럼에도 선뜻 죽음을 택하지 않는 인간 정신력의 위대함이다. 베르네 헤어초크의 〈아귀레 신의 분노>에서처럼 다그쳐 밀어붙이고, 세르지오 레오네의 <황야의 무법자> 같은 복수극으로 치닫다가도 결국 테렌스 맬릭의 <트리 오브 라이프>에서처럼 우주의 일부인 인간의 존재를 조용히 되새겨본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이냐리투의 작가적 욕심이 응축된 작품이다. 그가 하비에르 바르뎀이나 브래드 피트처럼 자신의 포스로 분위기를 압도하는 선 굵은 배우가 아닌 디카프리오의 성실함을 취한 게 수긍이 가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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