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검사와 사기꾼,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손을 잡는다 <검사외전>
2016-02-03
글 : 김성훈

검사 변재욱(황정민)은 성격이 다혈질인 까닭에 종종 강압 수사를 하고 공권력을 남용한다. 어느 날, 철새 서식지 개발 반대 시위 현장에서 용역 업체가 고용한 한 남자가 시위대로 위장해 경찰에 폭력을 휘두르다가 체포된다. 피의자는 변재욱으로부터 취조를 받던 중, 변재욱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죽은 채로 발견된다. 변재욱은 살인 혐의로 체포되고, 살인 누명을 쓰게 돼 15년형을 선고받는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뒤, 감옥에서 와신상담하고 있던 그는 자신이 누명을 쓰게 된 사건을 알고 있는 사기꾼 치원(강동원)을 만난다. 재욱은 치원이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는 작전에 도움이 될 거라고 직감하고, 자신의 법률 지식을 총동원해 치원을 무혐의로 감옥 밖으로 내보낸다.

누명을 쓴 검사가 사기꾼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결백을 입증한다는 것이 이야기의 큰 줄기다. 검사가 감옥에 들어간다는 상황만큼이나 재미있는 건 검사와 사기꾼,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손을 잡는다는 설정이다. 검사 황정민이 큰 그림을 그리면 사기꾼 강동원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해 재욱의 작전을 실행한다. 버디무비라는 점에서 <스팅>(1973)이나 <리쎌웨폰> 시리즈가, 희대의 사기꾼이 캐릭터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이 떠오른다. 또, 재욱이 교도관의 눈을 피해 음모를 꾸미는 상황은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를 참고한 듯하다. 하지만 감옥 안에 있는 재욱과 감옥 밖에 있는 치원이 서로 떨어진 채 재욱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는 점에서 <검사외전>은 보통의 버디무비와 다른 재미가 있다.

치원이 감옥 밖으로 나온 뒤로부터 두 남자가 거의 만날 일이 없는데도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언제, 어떻게 재욱을 배신할지 모를 사기꾼 치원이라는 존재 덕분이다. 강동원이 연기한 치원은 관객의 넋을 쏙 빼놓는다. “펜실베이니아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는 사탕발림으로 여자(신소율)의 혼을 빼놓고, 정치인 우종길(이성민)의 선거 캠프에서 선거 캠프송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춰 우종길의 신뢰를 얻는다. 이 과정에서 치원과 재욱의 불협화음을 좀더 공들여 구축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서사가 느슨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판타지 같은 설정과 코미디로 서사의 허점을 설렁설렁 돌파한다. 이일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